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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Jun 06. 2023

전원생활에 대한 생각

날이 좋아서  수도 있겠지만 시골에서 바라본 하늘이 도시에서 보다 더 맑고 깨끗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도시에서는 사방이 콘크리트와 같은 인공물로 둘러 쌓인 환경이고 아무리 깔끔하고 깨끗하다 할지라고 자연이 주는 초록, 파랑 색들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껴 본다.


올려다본 하늘 그곳에 시선이 도달하기 전에 부딪히는 빨랫줄과 전선들은 시골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지만 요즘 도시생활을 하는 우리들이 볼 수 있는 흔한 프레임은 아니다.


시골이지만 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저 멀리 아파트도 보인다. 하지만 그 주위를 둘러쌓고 있는 것들은 초록과 파랑이다. 조금 더 가까이 보이는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은 집 한 채. 할아버지 혼자서 외로운 삶을 살고 계신다고 한다.


이 시골집은 동네에서 그래도 높은 위치에 있다 보니 집 앞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좋다. 시골집들에서 오랜 시간을 키워 온 다양한 나무들이 저마다의 빛을 바라고 있었다.


어느덧 이 시골 풍경의 편안함과 안락함에 사로 잡혔다. 이런 삶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러려면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선 듯 용기를 내기도 쉽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기는 하다.


주인장께서 집 주변을 긴 시간을 돌담으로 쌓아 놓았다. 정말 한 땀 한 땀 얼마나 정성을 쏟아부었는지 짐작할 수 있지만 그 인내와 노력은 느낄 수는 없다. 그런 노력을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 고향 시골집에서 벽돌 몇 장 쌓는 것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었는데 그 긴 돌담을 쌓으려면 얼마나 긴 시간을 그곳에 투자하고 혼을 다 했을까.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냥 돈을 좀 써서 멋지게 현대식으로 꾸몄을지도 모른다.


시골 생활이라는 게 내가 잠시 바라본 현상들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온다고 분명 마당에 쉴 새 없이 자라나는 풀들을 뽑아내기도 했을 것이고, 어질러진 마당에 빗질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 순간에 우리가 볼 수 없는 많은 노력의 시간들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삶을 살기로 한 용기와 노력이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살고 있나라는 생각들이 스쳐 가기도 하고 나도 이런 삶을 살아 볼까라는 생각도 해 보기도 한다. 이런 생활이 적합한 곳이 어디일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시골집의 앞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려 했으나 좋은 날씨임에도 그렇게 하기는 어려웠다. 주인장도 그렇게 하려고 마당에 타프를 쳐 두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파리들의 습격에 집안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을에 돈사가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파리들이 많은 것 같다. 예전에 어렸을 적에도 동네에 돈사가 있었을 때 늘 파리가 많았던 기억이 스쳐 지났다.


만약 우리 아이들과 이곳에 왔다면 난리가 났었다. 벌레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어떻게든 그곳에서 빠져나오려 했을 테니 말이다.


전원생활은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주변 환경도 그렇지만 가족들의 동의도 필요하다. 나 혼자의 결정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가마솥뚜껑에서 잘 익힌 삼겹살과 야채들은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훌륭한 술안주가 되어 준다. 어느새 거나하게 취했다. 취한 만큼 시간이 흘렀고 돌아오는 길은 고속도로에서 운전에 자신 감이 없는 집사람이 운전대를 잡았다.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오는 동안 나는 정신을 바로 가다듬지 못했지만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오랫 만의 만남, 시골이 주는 편안함 속에서의 한 끼, 한잔은 지나간 어떤 시간보다 더 소중 했었는지도 모른다. 마음 편하게 어릴 적 시골에서 살던 삶, 그리고 지금 도시에서 살아가는 삶과 비교를 해 보며 추억에 젖기도 하고 미래를 꿈꿔보기도 했다.


전원생활로 내 삶을 전환할 만큼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지만 아직은 지금 하는 일에 충실하게 살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은퇴 후 누리게 될 삶이 될지 모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할 준비들이 필요하다.


그곳에서의 짧은 시간들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나아갈 미래를 생각해 보는 귀중한 시간이 되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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