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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을 돌아서 제자리

휴식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의 시간

by 노연석

몇 년간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조금은 게을러졌지만 글쓰기도 하고, 때로는 명상을 하기는 등 새벽부터 일어나 미라클 모닝에 나를 밀어 넣고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을 4시간이나 소비를 하게 되면서 미라클 모닝이 코스프레의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기도 했었다.


그러다 올해는 너무 열심히 책을 읽을 필요도 없고, 너무 열심히 글을 쓸 필요도 없으니 하고 싶을 때, 생각나면 하나는 마음으로 조금 내려놓았다.


수많은 책들을 읽었으나 나를 크게 변화시킨 것이 없고, 글을 쓰고 있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책 속에서 보아오던 미라클 모닝의 주인공들, 글을 열심히 쓰고 출간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런 사람들이 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을 했으나 나는 그렇게 되지 못했다. 자수성가하여 성공한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되지도 못했다.


그 시간을 동안 나는 분명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책을 매일 읽으면서 대단한 지식이라도 쌓고 있다고 착각을 했고, 글을 쓰면서 정말 작가라도 된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살았다. 그러나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책을 읽게 되면 다 읽고 나서 책을 덮어 버리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책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해 보자는 생각으로 조금 움직이기도 했지만 몇 발자국 옮기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로 전환이 되어야 하는데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었다.


취미 생활로 하고 있는 골프, 웬만한 취미생활들은 몇 년 만에 다 접었는데 14년이란 기간 동안을 손을 놓지 않고 하고 있는 이 운동에 대해 조금 더 발전을 시켜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골프를 더 잘 치게 하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생활체육지도사 2급 골프, 몇 년 전 동호회 사람들 중 몇 번이 이 시험을 보고 통과를 했었다. 동호회 다른 사람들이 작년에 도전을 했다가 모두 고배를 마셔야 했었다. 그런 상황들을 지켜보다가 나도 한번 해 볼까란 생각을 도전을 했는데 그 오랫동안 해 왔던 골프는 그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론적인 것도, 실전에서도 모두가 엉망이었고 새로 배우고 바로 잡아야 했다. 공부를 시작해서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나름 열심히 연습을 한 결과로 실기 시험까지는 통과를 했다. 하지만 너무도 방대한 골프의 룰, 기술, 지도방법과 생활체육에 대한 구술시험은 다른 응시자의 말을 빌리자면 "토가 나올 것 같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우고 이해해야 할 것이 많다. 그러나 그중 4문제로 평가가 되기에 그 관문을 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 그 여정에 있다. 구술시험도 통과를 한다면 연수과정을 거쳐 리포트도 작성을 해서 제출해야 하고 찬바람이 불어오고 얼음이 얼기 시작은 시점에 최종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여정의 중간쯤, 지금은 마치 태풍의 눈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겉과 다르지 않다. 당분간 이 시험에 할 일이라고는 구술시험의 합격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다시 책을 들었다. 미라클 모닝은 아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이유는 출근 시간을 맞춰야 하고 조금이라도 퇴근을 빨리 하지 않으면 워라밸이라는 것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강제로 만들어진 챗바퀴를 돌고 있다.


나는 전자책으로 책을 읽는 편인데, 이 생활이 시작되기 전에 여러 권의 종이책을 샀었는데 아직 한 권도 읽지를 못했다. 그것부터 읽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이 시작도 워밍업이 필요하다. 그래서 좀 읽기 쉬운 책을 시작을 했다.


조금의 여유가 생기다 보니 이렇게 글을 끄적일 시간도 생겼다.


서두에 미라클 모닝의 완성을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착각에 빠져 있다고 말은 했지만 몇 개월을 떠나 있는 동안 사실은 다시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험을 위한 시간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만큼 쉽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쉰이 넘어서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체험을 하고 나니 다시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렇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에 나름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공백 기간 동안 다른 시험을 볼만한 것이 없을까란 생각도 해 본다.


책을 아무리 많이 보고 머릿속에 넣는다고 해서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작은 변화라도 주려면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아무것도 아는 게 없지만 일단 원서 쓰고 접수해 놓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것에 신경을 쓰게 되고 몰입을 하게 된다. 그것으로 실천이 시작되는 것을 이제야 이해를 했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체험을 통해 그것이 증명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상상 속에서만 살았고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하며 살았다는 것이 증명이 된 샘이다.


어찌 되었던 내 삶을 조금이라도 의미 있게 만들려면 나를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그래야 뜨거운 지도 알고 불을 꺼야겠다는 마음이 더 간절해지고 불을 끄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 보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내가 살던 세상과 또 다른 세상이 있는데 그 속에서 나는 무언가 이상하고 찜찜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점점 더 그 속으로 빨려 들어 갈수록 그런 의심은 사라지고 그 자체가 이해가 되기 시작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곳의 사람이 되어 갔던 것 같다.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책이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간접 체험을 할 것이 아니라 책으로 보거나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진실된 것인지 거짓인 것인지 직접 뛰어들어 확인해 보는 것이다.


실천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두면 된다. 그런데 이상한 건 도전해 보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빠져들만한 것에 도전을 하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것에 도전할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잠시 돌아온 이 시간들을 헛되이 보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음 도전 과제가 정해지기 전까지, 과제들을 시작하고 끝내고 난 후 주어지는 공백의 시간들에 제자리로 돌아와 지금과 같은 패턴이 만들어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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