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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에 내 준 자리

밀어내보자

by 노연석

무언가 내 몸속에서 빠져나간 듯 허전하다. 몇 개월 간 신경 쓰던 일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공허함만이 가득 남아 있다.


마침 시작된 장맛비는 공허함을 채워 줄 다른 일들로의 전환을 늦추게 만들고 어느새 게으름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자리를 잡으려 한다.


고생을 했으니 좀 쉬어도 되지 않는가란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공허함이 가득한 그 자리를 바라보는 것이 더 불편하기만 하다.


어느새 한주의 끝자락에 와 있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금이나 바쁘게 살았던 몇 개월 간의 삶의 시간들은 모두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내가 무엇을 해도 내가 어쩔 수 없는 시간과 시간의 속도.


어쩌면 날씨도, 이러면 안 된다 등의 여러 가지 생각들이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기회와 실행을 지연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는 내 안의 공허함을 밀어내고 새로운 무언가 밀고 들어와 채워지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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