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에도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폭염 속 고속도로에서 내 옆을 달리고 있는 자동차들이 부러웠다. 창문을 꽁꽁 닫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여유 있는 드라이빙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내게 그렇게 보였다.
지난 주말 내 차의 에에컨이 고장이 났다. 정확히는 고장이 난 줄 모르고 출발한 시골길은 말할 것도 없는 더위와의 싸움이었다. 새삼 에어컨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모든 창문을 열고 점점 더 달궈져 가는 차를 식히는 것이다. 그리고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감에 감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에어컨 수리는 주말이라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니 돌아오는 길을 상상조차 싫었다. 다음날 돌아가는 길은 그 자체만으로 상상하기 싫었지만 거기에 폭염 주의보까지 내려졌다.
뜨거운 태양은 피해보고자 아침 7시에 시골집을 나섰다. 그러나 이미 해는 중천인 데다 기온은 빠르게 오르고 있었고 운전석 쪽으로 들어오는 태양빛은 어제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뜨거운 태양과 마주할 용기가 없어 창문은 조금의 틈만 남도록 올리고, 그사이는 햇빛 가리게로 막아 본다.
이럴 줄 알았다면 시골에 가기 전에 수리를 하던가 가지 말아야 했었다. 하지만 이미 모든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다행히 일찍 출발한 덕에 차는 막히지 않아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의 빨간 맛을 제대로 본 시간이었다.
평소에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잘 돌아가고 있기에 우리는 불편함을 모르지만, 이런 상황과 마주하게 되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엄청난 불편함을 겪는다.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면 사소한 것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그것이 자연이 준 선물이든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든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에어컨과 같은 도구들이 생겨난 목적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함이기 때일 것이고, 그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불편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자주 정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운전만 할 줄 알지 차의 상태를 살피지 않는데서 비롯된 일이고, 자초한 일일 것이다.
여름이 되기 전, 겨울이 되기 전 미리 정비를 해야 하는 일들이 있지만 늘 그렇듯이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고 불감증 속에서 살아온 것에 대한 대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