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싸늘함이 느껴지는 수술대 위에 눕자 엄청나게 많은 전구를 달고 있는 외계인 눈과 같은 수술 조명대가 눈에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몸은 조금 더 긴장되고 움츠려 들어지고, 세상 모든 잡념들이 사라지며 이 순간에 집중되고 있었다.
낙상 방지를 위해 다리는 묶이고 수술 가운들이 내 몸 위로 덮이는 것을 보면서 많이 아플까? 란 생각과 함께 약간의 두려움이 살짝 찾아온 것 같았다.
역시 수술방에서 대화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들만 같았다. 그 대화들은 외계인들에게 붙잡혀 실험 대상이 되어 생체검사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목부위에 생겨난 피부 종양을 간단히 절개 후 제거하는 수술이지만 수술대 위에 올라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긴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흔하디 흔한 피부종양이라지만 종양이라는 말 자체가 사람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날카로운 주사 바늘이 살갗을 뚫고 들오는 순간의 따끔함에 나도 모르게 몸은 더 움츠러들었지만 마취가 되고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느낌이 없다는 것 마취약이 수술 부위이 퍼저나가고 있었던 것이고 마취약이 빨리 퍼지도록 마사지를 하는 느낌은 마취가 되지 않은 피부들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수술을 시작합니다." 이런 말을 못 들은 것 같은데 잠시 뒤 무언가 목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음을 마취가 되지 않은 피부가 감지를 했다. 수술 부위를 절개를 한 곳에서 피가 흘러내는 것이다. 마취 덕분인지 모든 것이 확실하지는 않다.
마취 부위가 움직거리기는 하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 부위가 땅겨지고 눌려지기를 몇 번을 반복하고 있었다. 의료 드라마에서 많이 보아온 봉함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컷"이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너무 간단한 수술이라서 일까.
수술 부위와 피가 흘러내렸던 목 부위를 닦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수술이 끝났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5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병원 환자복을 처음 입어 봤다. 그 환자복을 입는 날 처음으로 수술대 위에 올라 봤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곳저곳에서 이상 증상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조금씩 더 실감해 간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오늘따라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사실 수술 전에 의사 선생님의 생각했던 수술이 아니었고 종양이 있어 제거를 했고, 양성 종양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소견을 받았지만 순간 종양이라는 말에 태연한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놀라고 있었다.
피부 종양(피부 낭종)은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이런 호들갑을 떨 만큼의 몸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 몸속에서 독립적으로 삶을 꾸려서 자라나고 있는 신체의 일부일 뿐이다.
생활에 불편이 없기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다른 사람이 나를 바라볼 때 시각적으로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피부과를 찾았지만 상처 부위를 보자마자 종합병원을 가보라는 말고 함께 바로 소견서를 바로 써줘서 이게 그 정도로 심각한 것인가란 생각도 했었지만 별거 아닌 것임에 안심을 해 본다.
피부종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자세하게 적어주신 작가님이 있어 링크 걸어보니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