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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수다쟁이가 될 때가 있다

입이 근질근질

by 노연석

입이 근질거렸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다.

나의 기쁨을 타인이 함께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마음속 깊이 도사리고 있다.


그 심정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그 사람의 심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딱 맞을 것 같다.


우연히 같이 식사를 하게 된 분에게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입은 방정맞게 나불 거리고 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내가 얼마나 힘겹게 시험에 통과했는지 떠들어 대고 있다. 그리고 떨어진 다른 사람을 대입시켜 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 낸 것인지 우쭐 대기까지 한다.


그래도 좋다.

말하고 싶어 안달 난 나에게 이 수다는 쌓인 채증을 내려주는 활명수와 같았다.


그러나, 늘 이런 상황이 지나고 나면 뭘 그리 떠벌리고 다니고 있느냐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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