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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오필리아노 Jan 29. 2024

겨울 어느 날

회상

세상을 모두 하얀 물감으로 칠해 버린 아침, 아파트 현관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에 한기가 내 온몸을 파고들고 불어오는 바람에 코끝을 쨍하고 아리게 만들며 눈물을 핑 돌게 만든다.


이미 길거리는 미끄럼틀이 되어 버렸기에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겨가며 하루를 시작한다. 왠지 오늘 하루가 종종걸음과 같음이 가득한 하루가 될 것 같다.


그렇게 내딛으며 바라본 거리의 풍경들은 유명 관광지 그 모습 못지않아 비싼 돈을 내고 여행을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해 본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날리는 파우더에서 차가움보다 따뜻함도 느껴진다.


매일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을 해야 하는 나에게 이런 날은 정말 출근하기 싫은 날 중의 하나이다.


서울에 도착하니 내가 떠나왔던 그곳의 풍경과 다르게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자리를 잡고 그 사이를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몇 걸음 내디뎠을 때 눈이 내리기 시작했었다.


흩날리는 눈송이들의 아름다운 비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안전하고 아름다운 착지. 송이송이 들이 내려앉으며 어두웠던 과거를 지워버리듯이 이 도시를 하얗게 물이 들이고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듯했다.


눈이 내린 하루는 겨울을 더 실감하라는 듯 공기를 더 무겁고 차갑게 만들어 두었고, 삶의 의욕조치 짓 눌러 버리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어, 해야 할 일들의 의욕을 상실하게 만든다.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날씨에는 더욱 움직이기가 싫어졌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 망할 놈의 추위가 머리 띵해질 정도로 차갑게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더 웅크리고 싶고 움직이지 않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고 마음을 닫아 버리려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게을러져서 운동이 필요한 시점인데 말이다.


추위만큼 얼어 붇은 내 마음의 눈덩이들이 따뜻한 햇살에 녹아내리며 고드름을 만들어 내듯이 녹아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오늘이 지나고, 아니면 내일이 지나고 나면 그런 날이 와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며 집을 나서 운동을 나갔다.


역시 어떤 역경을 이겨내는 것은 물러서거나 관망하거나 가만히 있는 것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알게 된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나를 그 자리에 머물게 하려는 것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통해 어떤 것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 본다. 


운동을 다녀오니 이 상쾌한 기분은 가지 않았었더라면 알지 못했을 것이고,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남을 후회조차 날려 버린 것이므로... 거창하지 않더라도 생각에서 실행으로 옮기는 것에서 우리는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생각을 해본다.


겨울을 실감 나게 만들었던 어느 날 

그 기억들이 선명한 어느 겨울날

그날을 기억해 보는 어느 겨울날

회상


사진 : MS Copilot이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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