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것인가? 하지 말 것인가?
선택이라는 길목에서 찾아오는 갈등
하루에도 수없는 갈등과 함께하며 살아간다.
새해가 되면서 거창한 새로운 각오를 한 것은 없다. 다만 술을 마시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술자리는 다짐을 흔들어 대는 바람이 된다. 나의 낙엽들이 떨어지지 않길 바란다.
사람들은 술은 끊는 게 아니라며 계속 권하지만 나 또한 완강하게 술잔을 거부한다. 그러면 다음부터 함께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아 대지만 껄껄껄 웃으며 순간을 모면하고 탄산음료로 알코올을 대신한다. 탄산음료 잔을 부딪힐 때마다 눈치가 보이고 나조차 어색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 다짐은 확고했다.
앞으로도 술자리에서 계속 갈등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으로 각인시키는 숙제를 해야 한다.
사실 술을 끊고 싶지는 않다. 술을 끊어야 할 만큼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한때 준 알코올 중독자로 살기는 했지만 그 어둠의 터널은 이제 빠져나왔었다.
벌써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22년이 지나갔다. 아버지는 고된 하루를 술로 채우며 살아가던 살 덕분에 당뇨와 합병증에 시달리다 간암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과 이별을 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나이. 그 나이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이렇게 술을 마시다가는 나 또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술과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앞으로도 술로 인한 갈등이 계속되겠지만 지금은 멀리하고 싶은 대상이다. 인생에 함께 갈 이유가 없는 동반자라고 최면을 걸어본다.
아직 술을 끊었다고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술을 권하는 사람에게 끊었다고 마시지 못한다고 계속 이야기하면 언젠가 나에게 술을 권하는 사람들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술은 좋은 친구이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배신하는 친구가 된다.
술은 결국 취하기 위해서 마신다. 그 취기로 잠시 세상의 근심을 덮는 도구로 사용할 뿐이다. 잠시 뿐이다. 영원하지 못하다.
술이란 친구를 잃었지만 건강이란 친구를 얻었다. 물론 아직 섣부른 생각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