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프레임

완벽한 하루

루틴, 실행, 습관 그리고 자동화

by 노연석

완벽한 하루로 마무리되는 날은 1년 365일 중 며칠 되지 않는다. 굳이 완벽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만족할 만한 완벽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만의 루틴이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살아온 인생의 80%는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았다. 하지만 살아갈 날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지금이라도 늦은 것은 아닐 것이다.


내 하루의 루틴은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부터 시작이 되었고 나름대로 꾸준히 실행하고 있는 루틴이다. 그동안 실행했던 루틴들 중에는 사라진 것도 있고 습관이 된 것들도 있다. 습관이 더 몸에 더 베이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실행하게 되는 자동화가 된다.


상과 함께 하는 루틴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침대에 누워 팔과 다리를 쭈욱 펴고 스트레칭을 한다. 잠이 덜 깬 몸을 깨우고 갑자기 일어나면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기에 수행하고 있는 루틴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쯤 개발자들 중 많은 사람이 겪어야 했던 허리 디스크는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어느 날 회사에서 일을 한참 하다 일어서다 쓰러지기까지 했었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 때도 예외는 아니다. 밤 굳어진 몸을 갑자기 일으키면 어딘가 무리가 갈 수 있어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늘 조심하는 편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스트레칭을 하고 천천히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침대 생활이라 덮고 자는 이불과 베개만 정리하면 되는데 이 쉬운 것을 하지 않고 살았었다. 이렇게 정리를 하는 이유는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잠자리로 돌아갈 때 잘 정돈된 잠자리에 기분도 좋아지고 꿀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정돈된 호텔방의 침대시트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 효과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나면 화장실로 향한다. 손을 씻고, 잠을 자는 동안 입안 가득해진 세균들(느낌상 그렇다, 정말 그런지는 모른다)을 헹궈내고 가글을 한다. 아침이 조금 더 상쾌해진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먼 길을 가야 하기도 하고 당뇨 전단계인 내 몸의 건강을 위해 계란 두 알, 검은콩 두유 그리고 사과 한 개로 식사를 한다. 이것이 효과가 있는지는 증명이 되지 않지만 꾸준히 그렇게 한다. 물론, 아내에게는 아침을 꼭 챙겨 먹는 나 때문에 고생을 하지만 건강을 위해 꼭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으며 꾸준히 챙겨준다. 현재의 식단 전에는 드레싱이 없이 샐러드와 사과로 식사를 하기도 했는데 몇 년 하다 보니 샐러드를 먹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오랜 시간 그렇게 먹다 보니 풀냄새가 나는 것 같아 현재의 식단으로 바꾸었다.


당뇨 전단계를 선고받은 후 시작된 식단이기도 하다. 이런 식단으로 침 식사를 꾸준히 한 덕분에 몸무게를 7kg 감량할 수 있었고, 5년 정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런 루틴을 통해 당수치가 좋아지기도 했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식단으로도 한계를 만나는 것 같다.


내가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이다. 모두 한꺼번에 시작된 것은 아니며, 하나씩 추가해 왔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까지 하고 있는 루틴이다. 5년 전에 시간이 좀 더 있을 때는 4시에 일어나 매일 글도 쓰고, 책도 읽고, 명상도 했었지만 생활 패턴이 바뀐 후로는 글쓰기, 책 읽기는 대부분 버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회사에서 하는 루틴

회사에서도 반드시 지키고 있는 루틴이 있다. 아침에 회사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면 컴퓨터를 켜고 사내 시스템에 접속한 후 하루 일과를 계획한다. 그날 해야 할 일들을 중요도/긴급도에 맞게 칸반 보드로 정리를 한다. 이렇게 하고 나면 그날 하루 집중해야 할 일들을 잊지 않고 처리할 수 있고 변화가 많은 회사 업무에 별다른 루틴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해야 할 일이 기억이 나지 않아 정리를 못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처리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하나씩 처리해 나간다. 이렇게 하면 일을 누락하는 일이 없고,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데, 대부분 오전 중에 처리할 수 있어 조금 여유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이런 루틴 덕분에 퇴근은 무조건 정시 퇴근을 한다. 퇴근시간에 임박해서 회의가 잡히지 않는 날을 제외하고 늘 칼 퇴근을 한다. 칼퇴근을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의 루틴이 깨지게 되기 때문이다.


4시간 출퇴근 길, 버스/지하철에서 하는 루틴

하루 중 회사에서 업무로 보내는 시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출퇴근길, 하루 4시간가량을 이동하는데 소비하다 보니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리듬이 깨져서 모든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나름 루틴을 만들어 가고 있다. 처음 길고 긴 출근 여정을 시작할 때 엄청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았다. 무엇을 해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고 그 시간이 너무 힘들고 지진 하루를 더 지치게 하는 시간이었었다. 퇴근길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숨 막힐 것 같은 고통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루틴을 만들었고 최근에 새로운 루틴으로 조금 변경을 했다. 그렇다 할지라도 출퇴근 길에 할 수 있는 것은 제약적이기 때문에 많은 변화를 줄 수는 없다.


출근 시간, 버스에 올라 목적지까지 1시간가량 소요가 되는데, 최근에는 활동하고 있는 골프 모임에 간단한 글을 하나 쓴다. 여기저기서 괜찮은 문장들을 찾아 모임에 어울리는 문장들로 풀어내는 것을 하고 있다.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잘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글을 써야 하기에 긴 문장을 쓸 수는 없고 그렇게 글을 몇 자 적고 나면 눈이 침침해져 하루가 피곤하기는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쓰고 눈을 좀 쉬게 해 준다. 지하철로 환승 후 회사까지 도착하는데 40분가량 소요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책을 읽는다. 환승하고 도보로 이동하는 시간들을 포함하면 20분 정도 남짓한 시간이지만 꾸준히 읽는 것도 늘 지키고 있는 것 중 하나이다.


퇴근시간, 아침보다 더 복잡해진 지하철을 타야 하고 더 혼잡한 상황 속에서 하루 일과의 끝에 놓인 지하철에서의 전쟁에 녹초가 된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아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귀가를 한다. 더 피곤할 때는 이어폰을 끼우고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영상을 본다. 하루 2시가 가까이 영상을 보는 것으로 소비를 하고 있는데, 글을 쓰는 것만큼 책을 읽는 것만큼 의미가 있지는 않지만 지친 하루의 스트레스와 긴 시간 여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또한 잊어버리게 해 주기 위해 영상을 본다. 그리고 2시간이라는 지옥 같은 긴 시간을 가장 빠르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기에 그렇게 한다. 이런 루틴을 실행하면서 고통의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퇴근 후 루틴

새벽에 일어나야 하기에 일찍 잠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퇴근 후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2시간 정도의 시간은 가능하면 골프 연습에 집중을 한다. 골프 생활스포츠 지도사 자격을 취득하기는 했지만 그것 만으로 다른 사람에게 레슨을 하기에 역부족하기에 나의 문제점들을 찾고 보완하는 시간으로 사용한다.


하루는 어떻게 보면 길고 어떻게 보면 너무 짧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력은 많이 고갈되어 버려 힘든 하루의 여정을 완벽보다 무사히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루틴을 만들고 실행한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루틴을 만들고 실행한다고 할지라도 완벽한 하루를 만들 수는 없다. 가끔은 어쩔 수 없는 변수가 개입을 하고 가끔은 고단한 몸이 마음을 따라 주지 않는다.


루틴을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완벽한 하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면 마음은 편안해진다.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불필요한 것들이 개입을 하지 못하게 막는 보호막도 되어 준다. 실행하고 있는 루틴이 지겨워지면 버리고 새로운 루틴을 추가하면 된다. 그러나 루틴이 자동화가 되는 순간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될 것이니 괜한 우려다.


루틴을 만드는 것은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에 시작한다. 한번, 두 번, 세 번... 성공 횟수가 늘어날수록 만족도가 높아지고 자존감도 높아지며 루틴은 나도 모르는 사이 습관이 되어 자동화가 된다. 애써 신경 써서 실행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평범한 직장인이고 특별히 잘난 것 없는 사람의 루틴에 대한 경험들이라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루틴을 통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잘 살고, 못 살고는 별개의 문제이며 삶이란 자기만족으로 살아가는 것이기에 그것으로 충분하다. 부자가 아니어도 좋고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 방법은 루틴을 만들고 실행하고 습관으로 만들어 자동화하는 것이다.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완벽해지려는 노력을 통해 한걸음 나아갈 때마다 느낄 수 있는 행복에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안의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