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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어느 더운 여름날 출근길

by 노연석

지하철을 타기 전에 환승 주차장에 위치한 흡연장에서 가끔 만나는 괴상한 아저씨. 옆 자리에 있을 때면 직업이 무엇인지? 말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언제나 옷차림이 범상치 않아서다. 긴 머리에 한 번은 앞치마 같은 것을 뒤로 매고 다니는 모습에서 예술가인 것 같기도 하고 꽃집 아저씨 같기도 한데 궁금함이 가득하지만 말을 걸진 않는다. 그냥 궁금증으로 넘겨두는 것이 올바른 생각일 것이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와 통로를 걷는 동안 소리 지르는 한 남자가 반대편 통로로 지나가고 있어 시선을 돌려 본다. 그러나 통로 사이에 있는 기둥이 벽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등 뒤에서 소리가 계속되고 볼륨이 줄어들듯 소리가 작아지며 멀어져 간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


아이스커피를 옆구리에 낀 여성이 초록색 루즈핏 반팔에 헤드폰을 쓰고 커다란 배낭을 메고 앞 질러 나간다. 이 날씨에 귀에서 땀이 나지 않을까? 나는 겨울에 귀마개 대용으로 사용하는데... 땀에 젖어 있을 귀와 헤드폰 스펀지가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찝찝함이 더해진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도 헤드폰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 내 몫이다.


7-3

개찰구를 지나 계단을 이용해 한 층을 더 내려간다. 언제나 그렇지만 계단으로 내딛는 두발은 마음과 다르게 느리게 작동한다. 계단을 내려가다 열차가 들어올 때 좀 더 빨리 움직여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엄청 잘 내딛던데 나는 그게 안 된다. 언젠가 그들처럼 내디뎌 보려다 넘어질 뻔한 적이 있어 이제 무리하지 않는다. 계단을 다 내려와 20보쯤 걸으면 7-3 승강장 앞에 선다. 곳이 환승 정거장에서 빨리 갈아타기 위한 최적의 위치다.


열차에 올라서서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은 자리 선점이다. 두 정거장 후 환승을 해야 해서 자리에 앉지는 않는다. 환승역에서 내리면 부러움을 살만한 사람들이 열차 객실문만 바라보고 계단을 뛰어서 내려온다. 번 아슬아슬한 순간을 만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는 않는다.


환승하기 위해서는 긴 줄을 서야 한다. 열차의 문이 열리면 물이 쏟아져 나오듯 사람들이 밀려 나온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다 내리기도 전에 열차로 다가서며 승차를 서두른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빈자리를 찾기 전쟁이 벌어진다. 자리에 앉는 사람들 중 먼저 일어날 것 같은 사람을 찾는다. 그러나 언제나 예감은 적중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서서 빈자리가 나기를 소망한다. 회사 근처에 다다르면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일터로 사라지고 복잡하던 열차 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해지고 아직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자리를 찾아 여전히 헤매고 있다. 느지막이 찾아 앉은 빈자리도 잠시 뿐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매일 반복되는 어제와 같아 보이지만 또 다른 고된 하루가 시작이 된다.


눈을 감은 사람들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사람들

매일 같은 말을 토해내는 스피커

개찰구에서 울려대는 삑삑 소리

분주한 발걸음 소리

나를 앞질러 내 달리는 사람들

고된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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