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크롬북 듀엣
크롬 os, 뭐지??
안드로이드, iOS, 윈도우, 맥 아마 여기까지가 우리가 흔히 접하는 os(운영체제)라고 할 수 있다.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회사에 따라 때로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가 마주하는 경험은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익숙해지고 있다.
리눅스와 타이젠과 같은 운영체제도 있긴 하지만 전문적으로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접하기도, 그리고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지만 미국 교육에서는 높은 점유율로 널리 사용되는 os가 있다. 구글이 만든 크롬 os가 그것이다.
장비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살기도 버거운 상태에 언제부턴가 크롬 os에 대한 호기심이 자라고 있었다. (참 잘도 자란다..) '어떤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지? 어떻게 활용하지? 성능은 어떨까?' 온갖 궁금증이 있어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크롬 os가 탑재된 기기를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레노버에서 만든 크롬북을 알게 되었고 운명적으로(?) 이베이 리퍼 모델을 구할 수 있었다.
역시 지름은 타이밍이다.
호평받을만하네
정확한 모델명은 레노버 크롬북 듀엣이다. 64기가, 128기가 모델 중 구입한 건 64기가 모델이었다. 이 모델이 호평을 받은 건 정가 기준 $279.99에 full-hd 해상도의 본체와 스탠드형 백커버, 그리고 터치패드가 달린 키보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파트를 붙여놓으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와 동일한 형태를 가지게 된다. 거기에다 내가 구입한 리퍼 모델은 $180대에 풀렸던 모델이니 가성비가 더 높은 제품이었다.
물론 싼 가격만큼의 마감을 보여준다면 호평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제품을 받아보니 이 가격대로 만들어서 과연 얼마나 남을지 살짝 우려될 정도로 괜찮은 마감을 가지고 있었다.
화면도 품질이 꽤 괜찮았고 시야각도 좋은 편이었다. 플라스틱 재질을 부분적으로 사용했지만 두께도 아이패드 수준으로 얇은 편이었고 무게감도 적당했다. 뒤에 백커버는 자석식으로 부착이 되어 갤럭시 탭 s6의 백커버보다 나은 방식이었으나 스탠드 구조는 겉보기엔 조금 부실하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겠으나 그나마 다행인 건 스탠드 지지력이 좋은 편이다.
키보드도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보다 키 사이즈나 구성도 괜찮았고 만듦새도 보통 이상이었다. 단지 크롬 os가 command 키나 윈도우 키처럼 os를 대표하는 명령키가 별도로 없어서 control과 alt키가 너무 큰 게 흠이다.
확실히 기기 자체는 호평을 받고도 남을 정도였다. 예전의 요가 태블릿도 그렇고, 레노버 노트북도 그렇고 제품을 만드는 실력은 확실히 우위에 있는 브랜드라 생각한다.
문제는 궁금했던 os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이 기기는 내 손에 없다. 일주일을 채 못쓰고 팔아버린 셈이다. 처분한 이유는 기기 자체가 아닌 크롬 os에 있었다. 초기 설정부터 크롬 os는 안드로이드와 많이 비슷했다. 설정, 그리고 홈스크린에서의 앱 서랍, 아무래도 크롬을 메인으로 하는 구성이다 보니 안드로이드에서 크롬을 사용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마 궁금증이 생긴 건 이때였을듯 싶다.
'이거 왜 안드로이드와 따로 있는 거지?'
크롬 os는 크롬 브라우저를 기본으로 다양한 웹앱을 설치, 사용할 수 있는 구성의 os다. 기기에 크롬 브라우저만 깔려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즉 웹서핑 이외의 다른 작업을 실행해도 크롬 브라우저 위에서 실행이 되는 식이다. 브라우저에서 모든 작업이 진행되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하드웨어에서도 무리 없이 사용이 가능했고 그 사용성은 pc경험 기반이었다. 즉, 터치 인터페이스가 중심이 아니었다.
구글은 2018년 안드로이드 태블릿 지원을 빼고 크롬 os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그리고 크롬 os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하게 된다. 크롬 os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커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레노버 크롬북 듀엣도 그 연장선에 있는 제품이다. pc 기반의 경험의 크롬 os와 터치 기반의 안드로이드 경험이 같이 공존하는 셈이다. 당연히 사용성이 매끄러울 수 없다.
더구나 레노버 크롬북 듀엣처럼 넉넉하지 않은 스펙으로는 매끄러운 사용이 힘들다. 경우에 따라 안드로이드 앱을 완벽히 지원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부족한 성능으로 두 운영체제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버벅거렸다. 단일 작업은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멀티형 디바이스에서 단일 작업만을 하기엔 키보드, 터치, 스탠드, 그리고 제품의 마감이 너무 아까웠다.
어정쩡한 융합
쓰면 쓸수록 아쉬움이 많이 남는 기기였다. 그리고 너무 과도기적 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운영체제의 경험이 아직 완전히 융합되지 않은 결과는 불편한 사용성뿐이었다. 이에 반해 구글에서도 손을 놓은 태블릿을 꿋꿋하게 펜을 이용하여 개선하고 있는 삼성이 참 대단한 거 같다.
앞으로 크롬 os는 좀 더 안드로이드와 비슷해질 거라 예상된다. 그러다 보면 아마도 ipadOS처럼 크롬 os는 키보드가 달린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위한 운영체제가 될 것이다. 개별화되길 원했던 os가 결국 합쳐지는 모양새다. 구글이 원하든 원치 않던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한 것처럼 결국에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정말로 어정쩡한 융합, 그래서 더욱 기기 자체가 아쉬운 크롬북 듀엣이었다.
쓰고쓰기 - 써본 제품만 다룹니다. 저도 최신 제품 써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