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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 Oct 02. 2019

독일에서 가장 맛있는 소시지

독일 소시지 이야기

 소시지는 우리나라 순대처럼 동물의 내장에 고기, 내장, 야채, 허브 등을 갈아 넣은 소를 넣어 하루 정도 숙성시킨 뒤, 삶거나 구워낸 음식이다. 고기를 먹기 힘든 서민들이 머리 고기나 내장 등을 먹으려고 가공하게 되었다는 설도 전해지기도 하지만, 본래 소시지는 그리스 시절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먹던 궁중 음식이었다. 로마 시대에 들어서야 일반 서민들도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로마는 매년 2월 13일에서 15일 사이에는 사랑을 속삭이고 다산을 기원하는 루퍼칼리아 축제를 벌였다. 축제 기간 동안 여자가 자기 이름을 써서 항아리에 넣으면 남자가 이 중에서 골라 사랑을 나눴다. 이 기간 동안 먹었던 음식이 바로 소시지이다. 로마가 망하고 기독교인들이 집권하면서 문란하다는 이유로 축제는 폐지되었다. 이 불똥이 소시지에 튀어서 소시지 금지령도 함께 내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 살아남아 독일인의 전통 음식이 되었다.

호이즐레에서 먹은 뉘른베르거 소시지와 둥켈 맥주

 독일에서 가장 맛있다는 소시지는 뉘른베르크의 '뉘른베르거 소시지'이다. 1313년부터 성제발트 교회 앞에서 소시지를 굽고 있다는 '브랏부어스트 호이즐레'에서 이 소시지를 꼭 먹어보고 싶은데 이 식당은 잘 되어서인지 일요일에 쉰단다. 이 작고 맛난 녀석들을 먹어보기 위해 나는 무리하게 여행 계획을 바꿨다.

 고깃값이 많이 오르자 같은 가격으로 소시지를 만들다 보니 이렇게 작아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작아서 이렇게 센 불에서 바짝 구울 수 있는 게 이 소시지의 비결이 아닐까 한다. 맛은 돼지갈비를 불에 바짝 구운 맛과 비슷하다. 내 여행 계획까지 쥐락펴락하는 이 귀여운 소시지들을 성제발트 교회 오르가니스트였던 파헬벨도 자주 사 먹지 않았을까.

안덱셔 암 돔에서 먹은 바이쓰부어스트. 저 냄비 안에는 아직도 뜨끈한 소세지들이 담겨있다.

 나에게 가장 맛있었던 소시지는 뮌헨의 바이쓰부어스트였다. 아침 10시부터 옥토버페스트에 앉아있으니 웨이터가 이 소시지를 권했다. 아침부터 소시지가 넘어갈 것 같지 않아 맥주만 홀짝이다 오후에 다른 식당에서 이 소시지를 주문하니 주문이 안 된단다. 이 소시지는 훈제도 하지 않고 방부제도 넣지 않아 쉽게 부패할 수 있어서 정오가 넘으면 팔지 않는단다.

 다음날 오전 성모교회 근처에서 12시 종이 울리기 전에 후다닥 식당에 들러서야 비로소 먹을 수가 있었다. 허브 물에 삶아서 나온 이 하얀 소시지는 고기 맛이 강하지 않고 은은한 파슬리 향이 올라와서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이 곳의 전통처럼 케이싱(껍질)을 칼로 살살 벗겨먹으니 빵처럼 부드러운게 아침 식사로 먹기 딱 좋았다. 가끔 이 케이싱을 벗겨먹지 않아서 마지막 날에서야 맛을 알았으니 더 먹어볼 겨를이 없었다. 이래서 조상님이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더 먹는다고 말씀하셨나 보다.

꽤 비쌌던 요하네스부르크 고성의 프랑크푸르트 소세지

  남편에게 가장 맛있었던 소시지는 프랑크푸르트 호텔에서 아침마다 먹었던 소시지였다고 한다. 본디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는 소금을 넣지 않고 훈연을 통해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내는 소시지로, 흔히 우리가 '후랑크'소제지라고 부르는 것의 원형이다. 어떻게 보면 도시락 반찬에 싸가던 짙은 갈색의 쫄깃쫄깃한 케이싱(껍질)에 쌓인 흔한 소시지였는데, 남편은 그 쫄깃한 소시지의 식감과 풍미가 가장 좋았단다. 남편은 요하네스부르크 고성에서 비싼 소시지를 먹으면서도 연신 그 호텔 소시지를 칭찬했다. 어쩜 시장에서 파는 소시지마저도 맛있는 곳이 독일이다.

프랑크푸르트 플래터 (Frankfurt Platter). 프랑크푸르트 및 헤센주에서 나는 소세지와 치즈, 버터를 조금씩 담아준다.

 나는 그곳에서 프랑크푸르트 플래터를 주문했다. 덕분에 다양한 소시지와 치즈를 맛볼 수 있었다.  몇몇 생소시지들은 꽤 먹는데 애를 먹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맷 부어스트(Mattwurst). 다진 고기(Matt)를 자연 바람에 말려 숙성시킨 뒤 그냥 생으로 먹는 소시지다. 좋게 말하면 풍미가 터지는 소시지이나, 초보자인 나에게는 상당히 버거운 맛이었다. 또 하나는 레버부어스트(Leberwurst)로 여러 동물의 간으로 만드는 소시지이다. 크리미하고 고소해서 빵에 발라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푸아그라도 버거운 나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맛이었다.

 대신, 블럿부어스트(Blutwurst)는 영국에서 블랙 푸딩으로 다져진 나에게 꽤 먹을만한 맛이었다. 블랙 푸딩처럼 동물의 피를 가지고 만든 소시지이다. 럭색부어스트(Rucksackwurst)는 사냥꾼들이 사냥 다닐 때 먹던 스낵 같은 소시지인데 꼬들꼬들하고 진한 맛이 꽤 인상 깊었다.

커리부어스트와 감자튀김

내가 가장 실망했던 음식은 바로 커리부어스트(Currywurst)였다. 소시지를 데쳐 토마토소스를 뿌린 뒤 카레가루를 뿌려주는 음식이다. 설명으로는 참 맛있을 것 같았는데, 토마토소스는 케첩에 가깝게 짰다. 독일 음식들이 대부분 짜지만 커리부어스트는 정말 짰다. 어쩌면 이 소시지의 고향 베를린에서 먹으면 훨씬 맛있을지도 모르겠다.

 

뷔르츠부르크에서 먹은 구운 소시지와 사우어크라우트

독일인들의 소시지 사랑은 참 유별나다. 구워 먹고, 삶아먹고, 말려먹고, 비벼먹는다. 긴 겨울 동안 고기가 먹고 싶었던 독일인들은 우리네 김치처럼 집집마다 소시지를 만들었고, 그 종류만 1000가지가 넘는단다. 우리나라에 새로운 식품이 들어오면 모두 김치가 된다는데, 독일로 가면 모두 소시지에 들어가는가 보다. 막상 글을 쓰다 보니 소시지를 구워 사우어크라우트를 척 올려 맥주 한 잔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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