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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 Nov 25. 2019

옥토버페스트

세계 최대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대문

 바이에른 지역에만 600여 개의 양조장이 있지만 옥토버페스트에는 6개의 대표 양조장들이 참여한다. 호프브로이, 아우구스티너 브로이, 파울라너, 뢰벤브로이, 슈파텐브로이, 하커프쇼르 이 6개의 뮌헨 양조장에서 12개의 비어홀(임시 건물)을 만든다. 그리고 대망의 축제 첫날, 슈파텐(Supaten) 양조장의 쇼텐하멜(Schottenhamel) 천막에서 바이에른 주지사가 "O'zapft is!"(오 차프트 이스)라고 외치며 큰 맥주통에 망치로 수도꼭지를 쾅쾅 박아 넣는다. 바이에른 사투리로 술통이 열렸다는 뜻인데, 말 그대로 첫 맥주를 개시하면서 다 같이 신나게 마시기 시작한다.

축제에는 일반적으로 양조장에서 판매되는 술보다 도수가 높은 맥주가 판매된다. 예전에는 여름에는 농사를 짓느라 술 담글 시간이 없어 봄에 미리 마실 술을 담가놓는데, 더운 여름 동안 상하지 않도록 평소보다 도수를 조금 높여서 담가 온도가 낮은 곳에 저장해 두고 마시곤 했다. 그래서 추수가 끝나고 슬슬 새로운 술을 담글 때가 되면 저장해뒀던 술을 모두 꺼내 마셔버려야 하는데, 이때가 딱 10월이다 보니 옥토버페스트에 자연스럽게 이 맥주들이 쓰이게 되었고, 축제용 맥주 즉 페스트비어(Fest beer)라고도 부르게 되었다. 요즘은 캔이나 병으로도 이 맥주를 맛볼 수 있다.

Service charge is not included (팁 주세요) 를 아침부터 외치던 웨이터 분

 자리를 예약하지 않으면 텐트에 들어가지 못한다기에 문 열자마자 입장해서 앉았다. 가장 마음에 든 텐트는 하커프쇼르. 구름이 예쁘게 그려진 천장이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너무 이른 거 같아서 좀 어색했는데 들어온 지 1시간도 안돼서 자리가 빼곡히 찼다. 뮌헨에 왔으니 아침에는 누가 뭐래도 뮌헨부어스트와 맥주를 마셔줘야 하는데,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나온 지 얼마 안돼서 아쉽지만 맥주만 시켰다. 이 곳에서는 음식을 받으면서 바로 현금으로 계산을 하고 잔돈이 생기면 웨이터에게 팁을 남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오는지 이 곳에서 한 달만 일해도 일 년 동안 걱정 없이 먹고 놀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민트향이 나는 하얀 가루

둘이서 맥주를 홀짝이고 있는데, 한 무리의 독일 사람들이 우리 옆자리에 앉았다. 처음에는 가볍게 인사만 주고받다가 같이 술잔을 부딪히고 함께 노래 부르다 보니 금세 친해졌다. 이 노래를 잘 부르려고 며칠 전부터 유튜브로 연습하고, 전날 밤은 호프브로이에 가서 직접 연습도 해서 왔기에 자신감을 뽐내며 열심히 따라 불렀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우리에게 하얀 가루를 솔솔 뿌려주며 바이에른 코카인이니 한 번 해보란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니, 합법 코카인이니 다음 술을 위해서 코에 넣고 한 번 숨을 들이켜보라고 하며 앞에서 시범도 보여준다. 남편이 흔쾌히 해보았으나 가루가 코에서부터 쭈욱 묻어 나와 맹구가 되고 말았다. 그 모습에 우리 모두는 배를 움켜쥐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옥토버페스트 공식 메뉴. 치킨 반마리

 열심히 떠들다 노래 부르다 하다 보니 배가 고파온다. 옥토버페스트 공식 메뉴인 닭 반마리를 주문했다. 물론 맥주도 다시 한 잔 더 주문했다. 점심 먹고 어디를 갈지 남편과 고민하고 있는데 한쪽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테이블에 올라가 잔을 높이 치켜들더니, 사람들의 박수소리에 맞춰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말이 원 샷(그들은 원리타라고 불렀다)이지 옥토버페스트에는 무조건 1L짜리 큰 잔으로만 제공되기 때문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팔목이 아플 정도이다. 멋지게 성공한 사나이는 우리 텐트의 영웅이 되고, 그 테이블은 공짜로 음식과 술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단다. 우리 테이블의 독일인 친구들이 자꾸 남편에게 일어나서 원샷을 해보라고 한다. 남편도 나보다 키 큰 네가 우리를 구해달라고 슬쩍 사양해본다. 한참을 누가 할지 고민하다가 바로 뒤의 테이블의 사나이가 일어나서 또 한 잔 들이켠다.

슈테판(Sutepan) 텐트

 뮌헨 시내로 나갈까 하다가 아쉬운 마음에 슈파텐의 텐트로 자리를 옮겼다. 슈파텐은 삽이란 뜻이라서 로고에 큼지막하게 삽이 그려져 있다. 1397년부터 양조를 시작한 나름 오래된 양조장인데, 19세기 말에 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를 인수하더니, 현재는 뢰벤브로이와 합병하여 한 회사가 되었다. 2003년 뢰벤브로이가 세계적인 맥주 기업인 AB인베브에 매각되면서 슈파텐과 프란치스카너는 마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맥주 중 하나가 되었다. 슈파텐은 특히나 한국에서 맛없다고 생각했던 맥주인데 이상하게 여기서 마시면 맛있다.  

쇼텐하멜(Schottenhamel) 텐트.

  슈파텐 브로이의 또 다른 양조장인 쇼텐하멜 텐트로 옮겼다. 두리번거리다 간신히 미국인들이 모여있는 테이블에 겨우 합석할 수 있었다. 오후가 되니 슬슬 단 게 먹고 싶어 져서 아펠 스투르델(독일식 사과파이)과 맥주를 주문했다. 신나게 노래 부르느라 슬슬 힘이 빠지려는데, 단 맛이 온몸을 깨워준다.


맥주를 마시는 것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들이 있다.

 출발하기 전에는 오히려 옥토버페스트를 피해서 여행할까도 고민했었다. 6개월 전에 숙소를 예약했지만 이미 숙박비는 평소의 3배에 달했고, 옥토버페스트는 텐트에 들어가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리뷰도 많았다. 상상 속의 옥토버페스트는 술 취한 거구의 게르만인들이 잔뜩 있는 무서운 곳이었지만, 정작 그곳은 아이들과 직장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즐기러 올 수 있는 흥겨운 축제였다. 매년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긴 하지만, 많은 인파에 비하면 사고는 정말 미비해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아이들을 위한 레모네이드도 모든 텐트가 준비하고 있었다.

각 텐트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만약 다음에 또다시 옥토버페스트를 갈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엔 꼭 하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예쁜 디른들을 입고 머리도 예쁘게 땋고서 오고 싶다. 어린 소녀를 뜻하는 바이에른 사투리인 디른들은 이 곳의 전통의상인데, 주로 하얀색 블라우스와 멜빵이 달린 치마를 뜻한다. 제법 가격을 주고 아주 예쁜 디른들을 맞춰 입고 3일쯤 이 곳에서 신나게 마셔보고 싶다. 남자들은  전통 가죽바지인 레더호젠과 체크 남방을 입는다. 몇몇 멋쟁이 아저씨들은 가죽재킷에 모자까지 갖춰 입고 나오신다. 두 번째는 공식 주제가를 잘 외워서 가고 싶다. "아인 프로짓(Ein Prosit , 건배)!"으로 시작하는 노래인데, 15분에 한 번 정도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노래가 시작되면 일제히 잔을 높게 들고 노래를 목청껏 부른 뒤 노래가 끝나면 앞사람과 잔을 부딪힌 뒤 시원하게 마시면 된다. 간단한 멜로디인데 가사가 은근 안 외워져서 애를 먹었다. 다시 가면 첫날부터 완벽하게 부를 수 있을 텐데! 마지막은 빈 속을 가지고 갈 것이다. 맛있는 뮌헨 소시지와 무거운 1L짜리 맥주를 들고 아침부터 신나게 배를 채우며 시작할 수 있게 말이다.

 혹시나 아직도 옥토버페스트에 가기 망설여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내년 옥토버페스트를 위한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하라고. 여유가 있다면 예쁜 디른들이나 레더호젠도 구입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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