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아닌 꽃 피움
모든 꽃은 때가 되면 핀다.
지금 피지 않았다고 해서,
네가 실패한 건 아니야.
“저는 실패한 인생이에요.
남들 다 하는 걸 저는 왜 못할까요...”
상담이 시작되자마자, 19살의 여학생은 그렇게 말했다.
실패한 인생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꽃다운 나이.
그녀는 말했다.
학교에 가는 것이 숨이 막힐 만큼 힘들었다고.
상담과 치료도 받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1년 간 가족과 상의한 끝에 자퇴를 결정했다.
지금은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날은 유난히 하루가 길게 느껴지던 날이었고,
마음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낙오자야.
이 가족에서 나만 사라지면 다 행복해질 거야…’
그날 밤, 그녀는 손목을 그었고,
응급실로 실려왔다.
상담 내내 그 여학생은
“패배자, 낙오자,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말로
자신을 가득 채웠다.
“죽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며 울먹이기도 했다.
“지금도 왜 나를 살렸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나는 조용히 곁으로 다가가
포개진 그녀의 손 위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축 처진 어깨, 고개 숙인 채 흐느끼는 모습.
그 조용한 울음에,
어떤 조언도 지금은 필요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저 충분히 울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그 순간 내가 해줄 수 있었던 건
진심을 담은 응원뿐이었다.
너는 반드시, 예쁜 꽃을 피울 거야.
그러니 스스로 가지를 꺾어 버리거나,
뿌리를 스스로 자르지 말아 줘.
꽃마다 피는 때가 다를 뿐,
지금 꽃을 피우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고 스스로 뿌리를 자르려고 하지 말아 줘.
꽃을 피우기까지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때로는 너무 흔들려 쓰러지기도 하겠지.
그래도 결국,
너는 다시 예쁜 꽃을 피울 거야.
비 오는 날이 길게 느껴질 수도
하지만 결국 맑은 날이 올 거야.
그러니 아직 따스한 봄날이 아니라고 해서
실망하거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너는 반드시 예쁜 꽃을 피울 테니까.
땅에서 잘 자라는 꽃이 있고,
화분에서 더 잘 자라는 꽃이 있겠지,
혹시 너는,
넓은 흙밭이 필요한 아이인데
작은 화분 속에 오래 갇혀 있었던 건 아닐까?
뿌리내릴 자리가 맞지 않았던 것뿐,
꽃이 잘못된 게 아니야.
그러니 스스로를 탓하지 마.
너는 있는 모습 그대로 이미 아름다워!
‘아름답다’는 말의 어원 ‘아름’은 ‘나’를 뜻한다고 해.
그렇다면 진짜 아름다움은
결국 “나다움”이 아닐까.
남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애쓰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마.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아."
흔들리는 순간이 또 오겠지만,
그 순간들 역시
네가 너답게 피어나는 시간이 될 거야.
찬란하게 피어날 너를,
나는 마음 깊이 응원해.
상담을 이어가며,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같은 상황에 있는 친구가 있다면, 뭐라고 말해 줬을까?”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도록 권했다.
남을 대하듯,
스스로에게 관대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스스로를 칭찬해 보는 연습도 함께 했다.
혼자서도 자신을 아껴줄 수 있도록,
조금씩, 천천히.
“힘든 이야기 나눠줘서 고마워요.”
내 말에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제 이야기 들어주고, 저 응원해 줘서 감사해요.”
상담 초반,
어둡고 지친 얼굴로 눈물을 머금고 있던 그녀는
이제는 나를 보며 작게 웃는다.
물론, 우울감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이 조금이라도
덜 외롭고, 덜 힘들기를.
이 상담이,
그녀가 쉴 수 있는 작은 '틈'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살고 싶지 않다던 아이가
“언젠가… 저도 조그맣게 피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해 주었을 때,
나는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자신에게 관대해지기를.
자신을 아껴주기를.
자신을 사랑하기를.
그 마음 하나가,
내일을 버틸 작은 온기가 될 수 있으니까.
https://youtu.be/aLMuwlIaGWY?si=PbhHBjyMd2cy7akO
※ 본 글은 실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내담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일부 정보를 변경 및 각색하였습니다. 내담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