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따뜻한 순간을 기억하며
나른한 오후 3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어제 통화했던 40대 여성, OO님이었다.
손목 자해 후 봉합했던 실밥을 제거하러 병원에 들르셨고,
안내데스크에 물어물어 사무실까지 찾아오셨다고 했다.
그동안 세 차례 전화 상담을 했지만,
얼굴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잠시 망설였다고 했다.
바쁜 와중에 찾아오면 실례가 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꼭 얼굴 한번 뵙고 싶었어요.”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셨다.
한 손은 붕대를 감고,
다른 손엔 음료 박스를 들고 계셨다.
나는 얼른 그것을 건네받으며 웃었다.
“김영란법 때문에 이건 받으면 안 돼요.”
대신, 딸기 주스를 사 드리며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들이 곁에서 많은 위로를 해주고 있지만,
낯선 누군가—
전화기 너머의 내가 건넨 따뜻한 한마디와 작은 칭찬이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하루 종일 마음속에 머물렀다고 하셨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한 말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 몰랐어요.
그래서 꼭 얼굴 보고, 고맙다 말하고 싶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무언가로 조용히 차올랐다.
나의 작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에 울림이 되었구나.
그 따뜻함을 오늘, 선물처럼 돌려받았다.
삶이 너무 힘들어 버티다
놓아버리려 했던 그 순간에,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힘이 내게 있다면—
나는 이 일을 계속할 이유가 충분하다.
오늘처럼,
내 목소리 하나,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하루를 살아내는 온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나는 또 한 번 배운다.
그래서 이 순간을 기록해 두기로 했다.
말 한마디의 온기,
누군가의 하루를 지키는 말.
※ 본 글은 실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내담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일부 정보를 변경 및 각색하였습니다. 내담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