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앞에서의 설렘은 인연을 만나는 것과 같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항상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는 곳이 있다. 다름 아닌 동네 책방. 비록 대형 서점은 아니지만 책의 온기만큼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수백 권의 차가운 책들이 쌓여있는 대형 서점보단 적어도 백 배는 낫다고 생각하는 곳이다. 신간 코너를 잔잔한 재즈 노래를 들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찬다.
책 앞에서의 설렘은 인연을 만나는 것과 같다
사실 내게 책방은 책을 꼭 사려고 가는 곳이 아니다. 서점을 가도 책을 사지 않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도 많다. 난 그저 책 앞에서 느끼는 설렘이 너무 좋다. 책을 열기 전까진 내 앞에 있는 책들이 재밌는지, 지루한지, 무서운지, 슬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책들 안에는 작가의 땀과 열정이 가득 차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한 사람이 책을 쓰기까진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그 노력이 어떤 모습으로 책 안에 담겨있는지 궁금해진다. 마치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처럼.
인연을 만나는 것은 마치 새로운 책들 앞에서 느끼는 설렘과 비슷한 감정을 자아낸다.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 안에는 분명 의미 있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우린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의미 있는 것들을 알아내고자 우린 인연을 이어나간다. 책을 열어보듯이 우린 인연을 알아간다.
잘 맞지 않는 인연은 과감히 덮자
하지만 재밌는 책이 있을 수도 있고, 지루한 책이 있을 수도 있듯이, 자신에게 맞는 인연이 있고, 맞지 않는 인연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과 잘 맞는 인연은 소중히 간직하면 되니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잘 맞지 않는 인연에 대해 우린 어쩔 줄 몰라한다. 나 자신을 그 사람에게 맞춰야 하나. 싸워야 하나.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하지만 해결책은 간단하다. 그냥 포기하고 다른 인연을 찾아보는 것이다. 읽다가 너무나도 지루하고 재미없는 책에 대해선 우린 덮어버리고 다른 책으로 넘어간다. 인연도 마찬가지다. 안 되는 인연을 억지로 이어나갈 필요가 없다.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스트레스만 줄 뿐이다.
책방도, 사람도 끊을 수 없다
책방은 아무리 가도 질리지 않는다. 갈 때마다 즐거운데 어떻게 끊을 수 있겠는가. 책 앞에 서면 늘 설레고, 흥분되는데 책방을 가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난 사람을 끊을 수 없다. 인연을 만날 때 느끼는 설렘. 그 인연이 훗날 악연으로 남을지라도, 인연을 맺을 때만큼의 설렘은 나에겐 큰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인연을 맺을 때의 설렘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