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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Mar 19. 2017

책으로 떠나는 히말라야

<친애하는 히말라야 씨>가 묘사하는 사실적인 히말라야

시간이 흘러도 내 버킷리스트에서 사라지지 않는 소원이 하나 있다. 죽기 전엔 꼭 이루어보고 싶은 것. 복권에 당첨되는 것도, 연예인을 만나는 것도 아니다. 다름 아닌 바로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 티베트로 훌쩍 떠나서 고고한 히말라야를 오르는 게 소원이라면 소원이다. 히말라야 관련된 책이 없을까 하다가 만난 <친애하는 히말라야 씨>는 히말라야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리고 감각적인 묘사를 통해 마치 히말라야를 저자와 함께 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친애하는 히말라야 씨>의 저자 스티븐 얼터는 히말라야가 보이는 인도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강도 여럿이 그의 집에 침입하고, 그와 그의 아내는 수차례 칼로 찔리는 무자비한 폭력을 경험한다. 운 좋게 둘 다 살아남았으나, 그와 그의 아내에겐 지워지지 않는 폭력의 트라우마가 남아버렸다.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 집 앞에서만 보였던 히말라야를 오르기로 결심한다. 오해하지 마시길. 히말라야라고 해서 꼭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게 아니니까. 그는 플래그 힐, 난다 데비, 카일라스, 그리고 반다르 푼치 순례길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오르게 된 히말라야

그는 <친애하는 히말라야 씨>을 통해 산을 오르는 행위의 가치와 중요성을 계속해서 역설한다. 그는 무신론자인데, 신을 믿는 대신 산을 숭배한다. 



저자는 인간이 산을 올려다보고 그곳에 오르고자 할 때에 삶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손에 닿지 않는 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때만큼 인간이 인간다워 보일 때가 없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에 맞선 싸움에서의 승리는 어떤 승리보다 값지다.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우선적으로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힘들고, 위기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해서 그런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면, 산을 오를 때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또 다른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산을 올라 '다르샨'을 얻는다

또한 저자는 산을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오른다고 한다. 산에서 발견하는 물건들은 자신이 애초에 소유하지 않았던 물건이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떠오르지 않았을 생각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산에 오름으로써 '다르샨'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바로 경외의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서 그 존재가 내려주는 축복을 뜻한다. 그리고 꼭 산을 오를 필요는 없다. 산 주위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산의 '다르샨'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걷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으니까. 

<친애하는 히말라야 씨>가 다른 평범한 에세이집과 다른 점은 히말라야 트레킹에 대해서만 기록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히말라야의 난다 데비, 카일라스 산을 둘러싼 각종 티베트 전설과 이야기를 같이 서술해 흥미를 더욱 자극한다. 난다 데비 꼭대기에 CIA가 중국 미사일 탄도를 감지하기 위한 감지기를 설치하려고 했다는 사실 등은 독자의 호기심을 돋운다. 


또한 히말라야의 아름다움만 담고 있지 않다. 저자의 고된 순례길을 묘사하면서 아름다운 히말라야 이면에 있는 티베트 사회의 어두운 면도 담고 있다. 중국과의 소유권 분쟁, 티베트 사람들의 가난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티베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평온하고, 아름답기만 한 곳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순례길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며 '인간은 무엇을 숭상하건 그것을 더럽히고 모독한다'라며 인간의 자기모순을 비판한다. 나 역시 그저 히말라야를 갈 수 있는 불교 사원이 많은 평온한 곳이라고만 생각했지, 티베트의 어두운 면은 간과했었다. <친애하는 히말라야 씨>를 통해 티베트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생각을 얻을 수 있었다. 


책 말미에 저자는 히말라야를 오르는 이유를 종합해서 설명한다.

인간의 의심과 불신에도 불구하고 산 고유의 영적인 광휘는 고산 빙하에서 은은히 흘러나오고 불멸의 등대처럼 빛난다. 히말라야의 형용 불가한 숭고함은 깊이를 잴 수 없는 존경심과 외경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겸허함과 연민을 품고 산에게 굴복해 산과의 관계에서 우리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일 때에만 비로소 이 거대한 힘을 오롯이 포용할 수 있다. 얼음과 바위로 이루어진 산의 계단을 오르면 우리가 짊어진 짐도 하나둘 떨어져 나간다. 정상을 향해 쉬지 않고 걸음을 놀리는 인간의 육신과 영혼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크레바스로 아득히 가라앉는다-<친애하는 히말라야 씨> pg.357

몇십 년, 몇 백 년이 지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히말라야. 그 히말라야를 오를 때, 우리 인간은 한 없이 약해진다. 이런 히말라야를 오르면서 자신의 나약함에 맞서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은 또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저자도 히말라야를 오르면서 결국 트라우마에 쌓여있던 자기 자신을 극복해낸다.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친애하는 히말라야 씨>는 사실 읽는데 쉽진 않았던 책이었다. 나에겐 생소한 티베트 지명들과 히말라야 산맥의 이름들. 그리고 이를 둘러싼 신화는 이해하긴 어려웠다. 그래도 난 버킷리스트에 히말라야 등반도 있기 때문에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완독 할 수 있었다. 비록 이해하기 어려운 신화들이 곳곳에 서술되어 있지만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꼭 히말라야가 아니더라도, 산을 오르라고. 그리고 자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서  성장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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