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은 줄만 알았던 사소한 기억들이 냄새로 기억된다.
다른 사람들도 나랑 비슷할까. 나 혼자 특별하다고 느끼는 거 아닐까.
그저 평범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특별했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내 능력이 '특별'했으면 좋겠다. 결국 내가 가진 '능력' 이 남들도 다 갖고 있는 당연한 것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상관없다. 난 이 '능력'으로 매일매일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으니까.
난 냄새를 통해 많은 순간들을 기억한다.
순간순간 사소한 기억들은 가슴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다가 냄새라는 알람 소리에 곧바로 반응한다.
길을 걷다가도 어떤 냄새를 맡으면 똑같이 그 냄새를 맡았던 과거의 순간의 감정과 장면이 떠오른다.
그래서 난 냄새에 집착한다. 길을 걷다가도 향수를 자극하는 냄새를 맡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냄새를 따라간다.
냄새를 통해 매우 구체적인 순간의 모습과 감정이 떠오른다.
굵직굵직한 특별한 기억이 아니라, 잊은 줄만 알았던 과거의 사소한 추억들이.
드럼 학원을 처음 가면서 택시 밖을 쳐다보다가 맡은 기대감의 냄새.
처음 전학 간 학교를 갈 때 아침에 느꼈던 설렘의 냄새.
너를 처음 만나기 10분 전 카페에서 느꼈던 긴장과 흥분의 냄새.
누군가는 냄새라고 하지 말고 차라리 향기라 부르라고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사소한 추억들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은 향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가끔은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매캐한 매연 냄새, 하수도 냄새 또한 내게 마음속에서 추억을 꺼내 주는 고마운 '냄새'이다.
시력을 잃는 것과 후각을 잃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아마 당신은 망설이지 않고 후각을 잃는 것을 선택하지 않을까. 하지만 내게 그 질문을 한다면 난 5초 정도는 고민할 것이다.
물론 결국 후각을 택하긴 하겠지만.
그만큼 내게 후각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내게 중요한 매개체이다. 사소하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들을 갖고 살고 있다고 내게 끊임없이 알려주는 고마운 존재.
눈이 안 보인다면 정말 비극이겠지만,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 또한 내겐 끔찍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