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을 시킬까 말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저녁을 굶었더니 어김없이 배가 고프다. 이 고통만 참으면 내일 아침에 뿌듯하게 일어날 수 있는데 '하루쯤은 괜찮잖아'라고 내 잔뜩 움츠러든 위장이 조금씩 날 설득한다.
오늘 평소보다 운동도 많이 했고, 날씨가 더워서 땀도 많이 흘렸으니까 좀 먹어도 돼. YOLO. 인생은 한 번 뿐이니까 오늘의 즐거움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그냥 씻고 침대에 누워서 자버리면 그만이었지만 결국 냉장고 앞에서 한 참을 망설이고 있는 나.
오늘의 즐거움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문 앞에 덕지덕지 붙은 배달 음식들. 치킨, 햄버거, 피자, 족발,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음식들.
지금 읽고 있는 <감정은 습관이다>라는 책에서는 우리가 늦은 밤에 무거운 야식을 먹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의 뇌는 평소에 익숙해져 있는 감정을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평소에 흥분되어 있고 자극되어 있는 감정에 익숙해져 있는데, 이 감정을 '유지' 시키기 위해 무거운 야식을 먹는 것이다. 밤에 맛있는 야식을 먹으면 도파민이라는 성분이 분비되는데, 이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마약'같은 성분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흥분과 긴장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뇌에 흥분과 긴장을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정말 기가 막히게 정확하다. 메뉴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흥분되고 군침이 흐르는데, 이 음식을 먹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 그냥 쾌감을 좇는 것이라도 상관없다. 쾌감이 나쁜 게 아니니까.
즐거운 인생을 위해 난 야식을 시키련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라 핑곗거리라도 만들고자 시계를 살피고 오늘 할 일을 억지로 떠올려본다.
곧 있을 영어 시험공부를 마저 하려면 적어도 새벽 3시까진 해야 한다.
지금은 밤 9시고, 배고프면 공부도 안 되잖아.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는 11시에 공부하다가 양치질도 잊어버리고 스르륵 잠들어 버렸을 내 모습이 떠오른다. 다음날 아침에 분명히 후회하겠지만, 그건 내일 걱정하도록 하자.
어느새 휴대전화에 입력하고 있는 집 현관 비밀번호만큼 친숙한 번호, 능숙하게 족발 1인분을 시키고 후회 1/3 기대 2/3으로 음식을 기다린다. 공부는 밥 먹고 해야지.
오늘도 혼자 하는 가위바위보에서 이겨버렸다. 물론 진 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