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쾀 May 31. 2017

이젠 아무렇지 않은데

너와 나 사이의 얄팍한 자존심

오랜만에 기분 좋은 꿈을 꿨어. 요 며칠간 더운 날씨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끈적거리는 꿈을 많이 꿨거든. 


너랑 함께 있는 꿈. 


어딘지는 모르지만 정말 친숙했던 걸 보니, 늘 가던 학교 근처 카페였던 것 같다. 

모든 게 자연스러웠고, 우린 같은 곳을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 어디를 보고 있었는지는 사실 기억이 안 나. 그래도 똑같은 곳을 함께 바라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했어. 

웃을 때마다 파이는 네 보조개를 바라보다가 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알람 소리에 깼어.

 

현실과 꿈이 아직 구분이 되질 않았었나 봐. 아무렇지 않게 너에게 카톡을 보내볼까 친구 목록을 뒤져보다가 그제야 기억났어. 우린 이미 예전에 서로를 지웠다는 걸.

카톡에서 난 널 진작에 차단했고, 페이스북 친구마저 끊겨있는 지금. 우리는 서로를 싫어하는 걸 넘어서 정말 증오했었지. 어젯밤에 꾼 꿈을 2년 전에 똑같이 꿨다면 최악의 꿈이었겠지, 분명. 


그런데 말이야, 이젠 기억이 안 나. 


왜 널 증오하게 됐는지, 이렇게까지 우리 사이가 갈라졌는지, 기억이 안 나. 우리 한 땐 정말 행복했었는데. 

그땐 전부 다 너 때문일 거라 생각했어. 난 피해자고 넌 가해자였지. 생각해보면 너도 똑같은 말을 했었지. 

요즘엔 피해자, 가해자 구분이 잘 안 되더라. 그냥 우리 둘 다 어렸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한없이 미웠던 너에 대한 행복한 추억이 더 떠오르는 요즘. 

우리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것은 얄팍한 자존심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하는 가위바위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