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도시 감자탕은 따뜻하지 않았다.
여러분은 감자탕이 왜 감자탕인지 알고 계시나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감자탕의 감자는 Potato가 아닌 돼지의 척추를 뜻한답니다.
저도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한 4년 됐나?
지난주 수요일이었을 거예요.
친구와 저는 아침부터 만나서 감자탕을 먹으러 가려고 했어요. 둘 다 전날에 밤늦게까지 동아리 뒤풀이다, 뭐다 하면서 달렸었기 때문에 속이 매우 안 좋은 상태였죠.
학교 근처에 새로 생긴 감자탕 집이 있길래, 뜨거운 감자탕으로 해장할 생각으로 부푼 마음을 안고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깔끔한 디자인에 깨끗한 가게 안이 평소 가던 감자탕집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어요. 원래 자주 다니던 감자탕집은 할머니가 운영하시고, 다소 노후된 시설로 '정감'가는 곳이었거든요. 이 곳은 마치 차가운 도시 감자탕 느낌이었어요(차도감?). 감자탕도 혼자서 먹을 수 있게끔 1인용 감자탕이 있더라고요. 사실 서로 두툼한 고기를 양보하면서 기분 좋게 먹는 재미가 있었는데, 아쉬웠어요.
1인용 감자탕 두 그릇을 주문하니까 금세 음식이 나왔어요. 김도 펄펄 나고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그대로 깨끗한 뚝배기에 담겨서 나왔어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그런 압도적인 비주얼이었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해장하려는 찰나 친구가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여기 감자탕에 감자가 없는데?"
보아하니 감자탕에 감자(Potato)가 없었습니다. 친구에게 감자탕의 감자는 그 감자가 아니라고 놀릴라고 했는데, 순진무구한 친구의 얼굴을 쳐다보니까 굳이 그 환상을 깨 주고 싶지 않더군요.
"그러게, 사장님이 실수하셨나 봐."
대충 얼버무리고 감자 없는 감자탕을 둘 다 먹기 시작했습니다. 감자 없는 감자탕이 어딨냐고, 그냥 뼈해장국이랑 뭐가 차이가 있는 거냐고 투덜대는 친구를 앞에 두고 말없이 웃으며 해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감자 없는 감자탕이 왠지 평소에 먹던 감자탕보다 덜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우리가 가는 대부분의 감자탕 집엔 감자(Potato)도 있고, 감자(돼지 척추)도 들어있죠. 굳이 감자(Potato)를 넣지 않아도 되는데 꼭 넣어주는 이유는 제 친구와 같이 순진한 사람들의 감자탕에 대한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한 감자탕집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 아니었을까요.
오늘따라 감자탕집 할머니가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