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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Aug 19. 2017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

난 쥐가 너무 싫고 무섭다. 

이 세상에 쥐만큼 무서운 게 있을까. 쥐 사진도 보기 싫어서 일부러 커버 사진도 미키마우스로 골랐다. 내가 지금부터 쓰려고 하는 글은 약간의 잔인함과 좀 과한 징그러움을 담고 있으니 심약자는 안 읽었으면 좋겠다. 영양가도 없는 글이다. 그냥 쥐가 싫어서 쓰는 글일 뿐.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걸 하나씩 꼽으라면 다들 귀신, 연쇄 살인마, 어둠, 월요일 1교시 등 다양한 대답을 하지만 내 대답은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쥐였다. 왜 쥐가 내 공포심의 주요 유발자가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난 어렸을 때부터 죽은 쥐를 많이 목격했다. 유치원을 다니던 5살 때 유치원 문 앞에 설치되어있던 끈끈이에 쥐가 피투성이로 달라붙어 금방이라도 발버둥 치며 튀어나올 거 같은 모습으로 죽어있던 쥐는 아직도 내 머릿속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종종 아파트 주차장엔 승용차 바퀴에 깔려 말 그대로 '쥐포'가 되어버린 쥐들도 종종 목격하곤 했다. 소나타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격인가.  아스팔트 바닥에 달라붙은 쥐들을 환경미화원분들은 어떻게 떼어낼지, 껌 칼로 떼어내나 싶었다.  


이렇게 내가 쥐 이야기를 꺼내게 된 계기는 그리 거창하진 않다. 쥐한테 물리거나, 집에서 밥 먹는데 쥐가 튀어나오거나 그런 충격적인 스토리도 아니다. 아니,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으려나. 길 가다가 오랜만에 아스팔트 바닥 위에 쥐포를 봤기 때문이다. 벌건 대낮에 헬스장에 갔다 오는 길에 난 그 광경을 목격했다. 안 그래도 하체 운동을 한 날이라 다리도 힘없이 질질 끌며 걷고 있었는데,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 마음속으로 내적 비명을 고래고래 지른 후, 실눈을 뜨고 자세히(?) 봤다. 커다란 쥐도 아니고, 자그마한 새끼 쥐. 바닥에 납작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새끼 쥐가 왜 이런 차가 자주 다니는 골목길에 다니다가 차바퀴에 깔린 걸까. 어미 쥐 꽁무니만 쳐다보며 따라가다가 옆에서 다가오는 자신의 몸의 100배는 되는 커다란 차바퀴를 미쳐보지 못한 것일까. 물론 이런 생각을 쥐 사체를 보고 바로 떠올린 것은 아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이 달라붙은 쥐 사체를 어떻게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은 처리할지, 환경미화원분들의 대단함을 새삼스레 느끼는 게 먼저였다. 


다음날 똑같은 자리로 가보니까 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사실 다시 그곳에 가기 무서웠다. 혹시 남아있을까 봐. 그래도 두려움보단 호기심이 더 컸기 때문에. 어쩌면 또 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참 아이러니하다. 내가 제일 무서운 쥐를 또 보고 싶었다니. 계속 땅에 붙어 있는 죽은 쥐를 본다면 쥐에 대한 내 트라우마와 공포가 극복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보다. 성실하신 환경미화원분 덕분에 내 발보다도 작은 쥐 하나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건 아무래도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싶다. 집에 정말 쥐가 나온다면, 잡아놓고 한 번 키워봐야겠다. 그럼 좀 덜 무서워지지 않을까.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건 쥐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 그 위치를 잃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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