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 보고 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후기.
스포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추천을 받고 보러 간 <기억의 밤>. 스릴러 영화라는 말에 시험기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냉큼 예매해버린 영화. 내가 좋아하는 강하늘이 주연이라니! 근데 분명히 장르가 '스릴러'라고 되어있는데, 왜 공포냐고. 나 공포 영화 진짜 못 보는데. 공포 영화 특유의 분위기가 형성되는 순간, 영화 보면서 내가 의자인지, 의자가 나인지 모를 정도로 의자 구석에 파묻혀서 손가락 사이로 스크린을 흘끔흘끔 쳐다보았던 것 같다. 주인공이 '휴' 하고 안심하고, 관객들도 '휴' 하고 안심하는 그 순간을 노리는...
이 영화의 소재는 제목에서 드러나다시피 기억이다. 기억에 대한 영화는 굉장히 많았고, 이 소재를 제대로 살린 영화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성공한 예: 메멘토, 실패한 예:살인자의 기억법... 어휴). 과연 이 영화가 '기억'이라는 어려운 소재를 잘 살릴 수 있을지가 이 영화의 주요 관람 포인트였던 것 같다. 영화 자체가 수많은 떡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을 하나라도 말하면 '스포'가 될 확률이 높다. 나름 반전(?)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리고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역시 많을 것이라 믿기 때문에 스포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지금 필자가 쓰는 리뷰는 아마 영화를 본 사람들은 공감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공감이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내 109분!
사람은 무언가를 잃었을 때 비로소 그 소중함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기억의 밤>을 보고 난 후, 109분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나름 괜찮은 시작 때문에 성공적으로 '기억'의 소재를 살릴 것이라고 잠깐 희망을 품었지만 결국 희망으로 끝났다. 난 스릴러 영화를 볼 때마다 하는, 일종의 습관이 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장면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 난 자동차 번호판에 있는 숫자까지 주의 깊게 보면서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려 했다.. 07조 8911 아직도 기억나네. 부질없는 짓이었다. 리뷰 쓰다 보니까 드는 생각인데 강하늘은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길래 신문, 텔레비전(집에 없으면 말고..)도 안 보고 밖에 나가지도 않았을까. 나가기만 해도 스마트폰 들고 다니는 사람 천진데.. 슈퍼마켓도 안 가나? 이 물음은 영화를 보고 나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름 크리스마스(?) 영화이기도 하다.
강하늘과 김무열 연기력은 인정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난 후,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 요리. 물론 칭찬 아니다. 이것저것 많이 준비해서 멋진 한 상을 차리고 싶었지만, 너무 많이 벌려놓은 나머지 수습하지 못하고 그냥 '에라 모르겠다' 다 섞어서 비빔밥(맛도 없다)이 되어 버리는 내 요리 말이다. 네티즌 평점은 무려 8.5던데,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 보다도 높은 평점이다. 아마 강하늘과 김무열의 훌륭한 연기력이 '멱살 캐리'하지 않았을까 싶다. 탄탄한 내용과 반전보다 강하늘과 김무열의 연기력을 보고 싶다면 <기억의 밤>을 두 번 추천해주고 싶다! 아무튼 평점은 정말 믿을게 못된다.
지나가버린 109분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 공부하다가 평소보다 109분 늦게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