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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Jan 23. 2018

<코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의 나이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옛날엔 사랑받던 귀여운 딸, 아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당연한 사실을 망각한 채 살아간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들의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모습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할머니도 아니고 증조할머니라면 더더욱. 증조할머니의 아버지면 고조할아버지인데, 우리에겐 거의 조상님 수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고조할머니, 고조할아버지를 만나본 적도 없을 것이다. 뭔가 엄마, 아빠를 찾는 것은 어렸을 때나 할 법한 것이지, 나이를 먹고 난 뒤엔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곁에 가족이 이렇게 많은데, 부모님을 굳이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일까.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것은 '젊은' 사람들(젊다는 기준이 애매하긴 하지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변하지 않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

하지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코코>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증조할머니의 모습을 잘 담아냈고, 이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이끌어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부모님과 이별한 지 오래되어도,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Remember Me

<코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 미구엘이, 증조할머니 코코에게 코코의 아버지(미구엘의 고조할아버지)가 코코를 위해 지은 노래를 불러줄 때이다. 평소엔 말도 거의 안 하고, 미구엘의 장난에도 거의 반응을 하지 않던 코코. 놀랍게도, 코코는 미구엘의 노래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른다. 사실 코코의 아버지는 코코가 어렸을 때 집을 떠났고, 코코는 그 노래를 어렸을 때 이후론 들어볼 수가 없었다. 그 노래를 상당히 오래전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구엘과 함께 그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장면은 <코코>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노래 가사에도 계속해서 Remember Me(날 기억해줘)라는 말이 등장한다. 코코는 몇십 년 동안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짧은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 눈엔 조상님 일지 모르지만 할머니 또는 증조할머니에겐 더없이 소중한, 그리운 부모님이다. 제사를 지내는 것은 우리에겐 조상님을 기리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겐 그들의 부모님을 모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일 수도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사랑스러운 딸, 아들이었다

사실 난 제사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인 생각을 하며 살고 있었다. 번거롭게 이 많은 음식들을 차려가면서, 조상님을 기릴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코코>를 보고 난 뒤, 내 생각이 굉장히 짧고, 건방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사는 먼 조상님을 기리는 의미도 있지만,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의 부모님을 모시는, 보다 특별하고 가까운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그들도 분명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클 것이다. 하지만 평소엔 많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차마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드러내 보일 수 없다. 하지만 제사를 지내는 순간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들의 부모님을 그리워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 순간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아니, 가벼울 수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귀여운 딸, 아들이었다.

<코코>는 시간이 지나지 않아도 변하지 않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잘 표현했고

따뜻한 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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