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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May 11. 2018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미래를 위한 노오오력이 아닌, 지금을 위한 노력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는 야매 득도 에세이다. 뭔 말인가 싶다. 그리고 '하마터면~할뻔했다'라는 말은 보통 위험한 순간을 피했을 때 많이 쓰는 말이다. 열심히 살 뻔했다니, 열심히 살면 좋은 거 아닌가. 나 역시도 열심히 살고 싶다. 혹여나 그냥 하루를 흘려보내는 날이 있다면,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잠을 청하곤 했다. 첫인상은 물음표만 나오는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의 저자는 하완(필명이겠지?)이라는 사람이다. 저자는 원래 회사를 다니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잡을 뛰었다고 한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아등바등 살았던 것이다. 그야말로 '열심히' 살았던 사람이 틀림없다. 그런 그가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백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바로 '열심히' 사는 것이 그에 마땅한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돈은 잘 모이지 않고, 행복해지는 것 같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가 좋아하던 그림 그리기 조자 싫어지려고 하자, 그는 미래에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막연한 행복 때문에 현실을 희생시키는 것은 무의미하다 느꼈다. 그래서 그는 퇴사해버렸다. 스스로 '난 부자가 못 되는 게 아니라, 안 되는 거야'라고 최면을 걸며 야매 득도의 길을 걷는다. 


미래가 아닌 현재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가 다른 미니멀리즘, 소확행, YOLO 에세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프리랜서(백수)가 되고 난 후, 후회가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얘기했다는 점이다. 월마다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이 너무나도 그립고, 돈 벌기도 여간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되기 전엔 보이지도 않던 미래에 그 노력을 쏟아부었다면, 지금은 현재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그 노오력의 차이를 얘기한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에선 참 공감되는 말들이 많다. 나는 아직까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 PD가 되는 것이 나의 유일한 길이자 희망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솔직히 내가 PD를 하고 싶은 건지, 그냥 아이디어를 내는 걸 좋아하는 건지도 잘 모른다. 그런 내게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의 담백하지만 꽉 차있는 문장들은 위로가 됐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다고? 괜찮다. 억지로 찾지 마라. 언젠간 찾아올 것이다. 어쩌면 안 찾아올 수도. 혹은 너무 미세한 느낌이라 확신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pg.162


작가가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잡을 뛰었다고 말했듯이, 책 중간중간엔 귀엽고 재밌는 삽화들을 찾아볼 수 있다. 


오해하면 안 된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는 아예 노력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위해 노력하자는 뜻이다. 그리고 자학성 노력은 지양하자는 것. 


어쩌면 나도 하완 작가가 퇴사하기 전 투잡을 뛰던 것처럼 지나치게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처음엔 재밌어서 시작한 일들이, 지금은 미래를 위해 꾹 참고 걷는 가시밭길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도 결심했다. 일들이 지겹고 끔찍해지지 않을 만큼만 노력하기로. 지금이 재미없고 지겨우면, 미래는 무슨 소용일까.


 휴, 나도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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