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찌그러지는 페트병.
오늘도 학교 도서관이다. 시험은 1주일 남았지만 밀린 과제를 하러 왔다.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다른 학생들이 오히려 부럽기까지 하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조차도 사치일지도.
에어컨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의미가 없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부채는 없기에 투명 파일 하나를 가방에서 꺼냈다. 아 더워.
옆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크게 한숨을 쉰다. 뒷자리에 앉은 사람도 따라서 크게 한숨을 쉰다.
다음은 내 차례인 거 같아서 나도 한숨을 쉬어본다.
이 도서관의 후텁지근한 공기는 사람들의 한숨이 모여 만들었다.
도서관에 올 때마다 습관처럼 사 오는 옥수수 수염차도 다 마셨다.
괜히 다 마신 옥수수수염차 페트병 입구에 눈을 갖다 대 본다.
지겹도록 지겨운 책상과 책, 연필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게. 안을 들여다보니 참 넓어 보였다.
그 작은 음료수 병의 내부는 이렇게 넓어 보이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어쩌면 내 목표는 옥수수수염차 페트병 아닐까. 늘 똑같은 삶이 지겨워서 탈출하고 싶지만 그 탈출구는 음료수 뚜껑만큼이나 좁디좁다. 탈출할 수 있을까.
막상 탈출에 성공한다고 해도, 옥수수 수염차인데, 쩝.
그저 쉽게 찌그러지는 페트병.
그래도 나쁘진 않다. 옥수수 수염차는 맛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