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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Jan 17. 2019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글을 쓴다면 <추석이란 무엇인가>의 김영민 교수처럼 써야한다. 


책 표지는 한강 작가의 소설같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생각할까. 학기 중에는 일어나서 생각이랄 것보단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인다. 1교시에 늦지 않게 대충 씻고, 모자를 허겁지겁 눌러쓰고 집 밖을 나선다. 학기 중이 아닐 땐 오늘 하루 뭘 먹어야 할지 생각한다. 혼자 자취를 하다 보면 먹는 게 참 고역이다. 딱히 먹고 싶은 건 없지만 그렇다고 맛없는 걸 먹자니 억울하고. 그런데 사실 아침에는 다른 잡다한 생각보다도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뜬금없이 웬 죽음? 눈 뜨자마자 눈 감는 걸 생각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뻔하지만 인간은 모두 죽기 마련이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블랙홀을 생각하면 우리를 괴롭히는 사소한 걱정거리는 정말 사소하게 느껴지고, 작은 그림보단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다. 사소한 걱정에 매달리기보단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원하는 일을 향해 전진하겠다는 다짐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물론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보다 재미있는 글들로 가득한 책

몇 달 전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으로 대 히트를 친 서울대학교 김영민 교수의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라는 책에서 앞서 설명한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4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책은 김영민 교수가 평소에 쓴 칼럼들, 결혼식 주례, 강연 대본, 인터뷰 내용 등을 모두 엮어서 만든 책이다.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김영민 교수의 글에는 거침이 없다. 새로운 글의 장르를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소주 3 병 정도 먹고 쓴 것 같은 글에는 그의 잘 소화된 철학과 위트가 토해져 있다. 한국 정치를 샤워하다가 발견한 자신의 뱃살을 통해 비유할 정도다. 근데 그 비유는 1차원적이지 않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만의 깊은 안목이 담겨있어서 더 흥미롭다. 


김영민 교수의 글을 읽다 보면 '영민 다움'이 뭔지 알 수 있다. 실제로 김영민 교수를 만나본적은 없지만 그의 글을 읽다보면 대충 그가 글을 쓰는 모습이 상상이 되곤 한다. 엎드려서 글을 쓰다가 알 수 없는 시니컬한 썩소를 지으면서 휘파람을 부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빠르게 작성된 그의 글들은 퇴고의 작업도 거치지 않은 날 것의 향기가 난다. 그의 가치관이 온전히 키보드 위로 쏟아져 내렸을 것 같은 그의 글들은 그를 만나보지 않아도 그에 대해 알 수 있게 해 준다.  


모든 글이 재밌지만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칼럼은 바로 <개돼지 사태와 관련하여 교육부가 할 일>이다(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607171484871662). 2016년에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99%의 사람들을 개, 돼지처럼 취급해야 한다고 '망언'을 했다. 이 사태에 관하여 김영민 교수는 비판적인 칼럼을 썼는데, 그 칼럼에는  헌법부터 논어까지 모두 아우르는 그의 상식이 유쾌한 동시에 진지하게 담겨있었다. 아마 이 칼럼은 앞으로도 내 최애 칼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놓고 욕을 하는 것보다, 재치 있게 비판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비판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주제는 무거워도 글이 재미있으면 사람들은 많이 읽으니까. 김영민 교수의 글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다. 


재미있는 글이 최고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읽고 글쓰기에 대한 내 생각도 꽤 바뀌었다. 단순히 위로를 건네고, 우울함을 드러내는 것보다도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 있다는 걸 배웠다. 재밌는 건 남녀노소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김영민 교수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재밌게 풀어쓸 수 있다면 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글쟁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영민 교수에게 '영민 다움'이 있듯, 나에게도 '나다움'이 있는 그날이 오길 바라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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