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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Jun 10. 2019

꿈은 꿈으로 남았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우린 늘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다. 우리가 늘 사직서와 함께 품고 있는 '여행'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낯선 곳을 탐험하거나, 휴양지에서 몸과 마음을 녹이는 행위가 아니다. 반복적으로,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를 갉아먹는 일상이 잠시라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자 꿈이다. 그리고 여행을 가면 우린 현실을 잊고 그 꿈속에서 2박 3일이라도 살다가 돌아온다. 그리고 그 꿈은 생생함을 넘어 살벌한 현실 속에서 점차 지워져 가며 인스타그램이나 스마트폰 앨범에 파편적인 기억으로 남아있게 된다. 그리고 가끔 화장실에서 사진을 찾아보며 '아 그땐 좋았는데' 하며 한숨 쉬곤 한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정말 우연한 기회로 보게 된 영화다. 어벤저스를 보고 스칼렛 요한슨의 미모에 반해 그녀의 출연작들을 검색하다가 나름(?)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였기에 무작정 보게 되었다. 밥 해리스(빌 머레이)라는 유명한 영화배우와 샬롯(스칼렛 요한슨)은 도쿄의 같은 호텔에서 머물다가 우연히 만난다. 둘 다 일상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고, 배우자와의 관계도 순탄치 않다. 그런 공통점을 가진 둘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같이 도쿄 여행도 하고 클럽도 다니며 그 둘은 함께 꿈을 꾼다. 


꿈은 꿈으로 남았을 때 가장 아름답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가 명작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빌과 샬롯이 이성적인 관계로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둘은 불륜 관계가 아니다. 같은 침대에 눕기까지 하지만 그 어떤 '야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아쉽). 만약 그 둘이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의 선을 넘어버린다면 그들의 꿈과 같은 시간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린다. 막장 드라마같은 상황이 발생하겠지. 서로를 정말 존중하고 아꼈기에 상대방의 현실까지 존중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시간은 무한정 주어지는 것이 아니듯, 결국 그 둘은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서로의 기억 속에서 점차 희미해져가겠지. 

반복되는 일상 때문에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요즘 점점 더 많이 생각난다. 스칼렛 요한슨이 매력적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과연 나도 언젠가 밥과 샬롯처럼 일상을 벗어나 꿈을 꿔볼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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