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끝나도 사람과 관계는 남는다.
나이를 헛먹고 뒤늦게 깨달은 세상 이치다.
전시가 끝났다.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던 끝이 어느새 지나갔다
투명한 시간대를 통과한 느낌이다.
농축된 시간의 감각만이 손에 잡힌다.
기대가 없었던 축제가 끝난 것 같기도 하고
꼭 풀어야 할 숙제가 끝난 것 같기도 했다.
가까운 곳에 믿을 구석이,
기댈 서로의 어깨가 있다는 사실이
그저 좋았다.
사람은 변한다.
1년 전 내 모습을 돌아본다.
몸도 마음도 어떻게든 변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자장 안에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그 사람의 주변, 나아가 그 주변으로 무한히 뻗어가는 관계의 연쇄 속에서
한 사람은 혼자가 아니게 된다.
내가 조금은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선물해 준
나카마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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