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보내는 손편지

(PAPER 2020년 봄호)

by 타자 치는 snoopy

PAPER 신영배 팀장님이 보내신 메일을 열었을 때 명치끝을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가족(엄마)에게 보내는 손편지를 써 달라는 원고 청탁 메일이었거든요. 그때부터 울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남기고 간 것들을 뒤적였습니다. 우리만의 사연이 담긴 빳빳한 만 원짜리 지폐 몇 장을 한참 동안 보았습니다. 마지막 두 달,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기 위해 기도에 삽관을 하고 말을 잃은(삽관을 하면 목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엄마가 비뚤배뚤 글씨를 썼던 노트를 짐 더미에서 발견했을 때 저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습니다. 일부러 잊으려고 애썼던 기억들이 아우성치며 일제히 제게 달려들었거든요. 처음엔 엄마 글씨 위에 제 편지를 덫 쓰려 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너무너무 아팠거든요.



누런 갱지, 노트, 엽서, 카드에 닥치는 대로 썼습니다. 하고 싶었지만 엄마에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들 말입니다. 편지를 쓰다가 엄마 생각이 나서 울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람 싶어서 울고, 미안했던 일들이 생각나 통곡하다가, 엄마가 얼마나 나를 사랑해 주었는지에 생각이 미치자 웃음이 나왔습니다. 편지를 쓰는 내내 울다가 웃다가 그랬습니다. 산다는 건 그런 것 같아요. 서툰 솜씨로 감정의 밑바닥을 이리저리 헤엄치는... 차마 그 여울의 깊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PAPER 편집부 여러분, 정유희 편집장님, 고맙습니다. 오래도록 하고 싶었지만 차마 쓰지 못했던 그 편지를 부칠 수 있게 해주셔서요. 오랜만에 소리 내어 울게 해주셔서요. 그동안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던 마음 추스르게 해주셔서요. 다 잊고 무뎌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싫든 좋든 가족의 인연처럼 질긴 게 세상에 또 있을까 싶네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



by 타자 치는 스누피




#PAPER #2020년봄호 #가족에게마음을담아쓴손편지 #엄마






(PAPER 봄호, '가족에게 마음을 담아 쓴 손편지' 꼭지에 보내기 위해 쓴 손편지들입니다. 이중 어떤 편지가 실릴지 몹시 궁금했다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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