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클래식 공연 기획자 (PD)이며 ‘목 프로덕션’이라는 기획사의 대표이기도 하다.
평소 이 기획사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의 공연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저자가 출간을 했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었다. 책을 바로 구매해서 읽고 싶었지만 종이책을 내가 사는 동네에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고, e북 역시 발간되기 전이어서 기다려야만 했다. 그러다 잊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유툽으로 목 프로덕션 소속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계속 보게 되었다. Rough하게 녹화된 영상들이었고, 좋은 스피커로 들은 것도 아니었음에도 (핸드폰으로 들었다) 역시 흠 잡을 수가 없는 연주들.
한국에서 지낼 때 종종 클래식 연주회를 찾아다니곤 했었는데, 저자가 소개해주는 연주회는 항상 훌륭했다.
뻔한 레퍼토리로 청중을 사로잡는게 아닌, 신선하고 새로운 레퍼토리들 (전공자들에게는 새롭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하나하나가 처음 접하는 곡들이었다). 특히 실내악 곡들..
나를 실내악에 빠져버리게 만든 사람.
String Quartet, Piano Trio, 수많은 독주회, 듀오 연주회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목 프로덕션에서 초창기에 올린 연주회들부터 다녔던 것 같다.
가장 처음 갔던 목 프로덕션 공연은 현악사중주팀의 공연이었고, 나는 빠져버렸다.
이후로는 목 프로덕션에서 소개하는 공연은 시간만 맞다면 거의 빼놓지 않고 갔다.
처음 들어보는 곡들로 꽉 찬 프로그램. 그럼에도 나는 망설이지 않고 티켓을 구매했고, 새로운 곡들을 만난 기쁨에 취해버렸었다.
목 프로덕션에서 소개하는 연주들은 단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그래서 심지어 나는 정말 관심이 1도 없었던 관악기, 성악 연주회도 갔었고, 나는 또 빠졌다.
(바순과 호른의 소리가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성악곡들. 초미세먼지 필터링 마스크로 몇번 거른듯한 깨끗한 성악가의 노래. 정말 감동이었다.)
나는 저자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아티스트들을 찾아내고, 세상에 소개를 해 준 저자.
항상 궁금했었다. 저자와 아티스트들의 관계가.
수입을 얻기가 힘든게 자명한 실내악 공연을 주로 기획하고 올리는 저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저자가 없었다면 어쩌면 한국에서는 일회성, 단발성으로 짜여진 연주자들의 실내악 공연만을 접할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실내악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팀이 어쩌면 없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함께.)
혹시나 지금은 e북이 나왔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검색을 해보니 이 책의 e북이 결과창에 떴다. 바로 구매를 해서 읽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다 읽었다.
클래식 공연 기획자로서의 생활을 오롯이 담고 있었다. 특별히 아티스트들과의 관계를 솔직하게 적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PD와 아티스트의 관계를 넘어서서 가족과 같은 관계로 느껴졌다.
하루종일 지지고 볶으며 싸우다가도 저녁밥을 같이 먹으면서는 그 날 하루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면서 웃고 떠드는.
힘든 순간순간을 함께 견뎌내고, 성장해 나가는 관계.
클래식 공연 PD로 살면서 정말 힘든 일 많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과연 가족과의 생활을 즐길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기는 할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애정이 없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
저자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정말 많이 힘들겠지만,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실내악팀을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