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사원제이 May 13. 2019

또다른 나로 보내는 시간, 여행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최근 몇 년을 보면 여행 붐이다. 공항에 갈 때면 엄청 많은 사람과 대기줄에 놀란다. 주변을 보면 휴가 때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상당수다. 젊은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은 더욱더 많이 나가는 것 같다. 해외 여행객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자주 여행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살기 힘들어졌다고 하는데, 불황이라고 하는데 왜 여행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날까? TV에서 여행 다큐멘터리, 여행 오락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유투브나 구글어스 같은 서비스가 전 세계를 앉아서 볼 수 있게 해 주는데 왜 실제로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사람마다 여행의 이유는 다를 것이다.  어릴 적 꿈이었을 수도 있고, 영화나 책을 보다가 그 도시에 나라에 꽂혔을 수도 있다. 여행 소개 프로그램이나 책자에서 보이는 도시나 풍경에 사로잡혔을 수도 있다. 남들이 다 가기에 뒤쳐지기 싫어서 그냥 나도 가야지 하고 나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집을 사는 등의 큰 목표를 꿈꾸기는 어려워 소확행의 차원에서 여행을 꿈꿀 수도 있다.


나에게 여행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다. 평소 반복되는 생활을 하는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는 시간이랄까? 그게 무슨 의미냐면 여행을 떠나게 되면 모든 것이 바뀌게 되고 바뀐 환경에 대응하는 나는 지금과는 또 다른 내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여행을 하면 우선 자는 곳이 달라진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집에서 자야 한다. 고급 호텔에서 잔다면 모르겠지만, 게스트 하우스나 에어비엔비, 또는 3성급 이하 호텔에서 잘 때는 나의 선택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불결할 수도 있고 벌레가 있을 수도, 소음이 심할 수도 있다. 뜨거운 물이 안 나오거나 수압이 약하거나 화장실이 불량일 수도 있다. 내가 매일 잠드는 익숙한 곳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먹는 것도 바뀐다. 현지식을 먹어보겠다고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은 세계 어디서나 한식을 먹을 수 있고 버거나 피자집이 있겠지만 그마저도 맛이 같으리란 보장은 없다.

다니는 길도 달라진다. 매일 다니던 잘 아는 길이 아니다. 구글맵이 있어 지금은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제대로 가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나 대중교통을 탄다면 제대로 탔는지 거듭 확인하게 된다. 렌트를 한다면 길을 제대로 가는 것에 온갖 신경이 집중되어 있을 것이다. 택시를 타도 엉뚱한 곳에 가지 않는지 긴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만나는 사람들이 익숙한 사람은  하나도 없는 낯선 사람들이다. 언어가 다른 것은 둘째 문제이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신뢰와 어느 정도의 조심성을 동반하게 되고,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일이다. 특히나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나라를 여행할 때는 사기를 당하지 않을 지에 대한 걱정도 추가된다.


이렇게 바뀌는 환경을 미리 모두 계획을 세워서 그대로 행한다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그건 여행이라고 할 수도 없다. 여행은 언제나 예측하지 못한 사건을 접하게 되는 여정이다. 계확대로 되지 않을 때 맞닥뜨리는 상황이 나를 여행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다.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계획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짜증을 내지 말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최선의 다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익숙함을 벗어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가는 그 사람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여행을 제대로 하면 현재만 존재하게 된다. 과거의 고민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낯선 곳에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으로 익숙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그게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하기만 하다면 여행을 자주 가고 싶다. 여행을 자주 나가게 되면 "저긴 꼭 가야 해!" 같은 여행에 대한 강박이 사라질 것이다. 이번에 못가도 "다음에 또 올 때 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생각의 차이가 여행을 여유롭고 풍요롭게 만든다.


여행자는 계속 늘어나고 여행책들도 많이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가까운 곳에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 일본을 가장 많이 가는 것 같은데, 정말 좋아서인지, 멀리 가기 싫어서 일본을 가는 것인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일본은  몇 번 가봤지만, 맛집을 찾는 것이 목적이라면 모를까 우리나라와 비슷한 곳이었기에.


비행기도 오래 타야 하고, 비용도 더 많이 들겠지만, 동남아, 중동, 유럽, 미주, 남미, 아프리카 등 우리나라와 다른 이국적인 곳을 여행해보는 것이 나를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외여행 나라 선택 방법에 대한 보고서 (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