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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제이 Apr 10. 2019

해외여행 나라 선택 방법에 대한 보고서 (2/2)


앞 글에 이어 이번에는 나의 두 번째 기준이다.




새로운 유형의 장소를 찾는다.


몇 년 전에 대한항공에서 가장 좋은 곳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책을 냈었다. 내가 사랑하는 유럽 Top 10. 반응이 좋아서인지 두 번째 책 '나만 알고싶은 유럽 Top10'도 냈었는데, 두 권 모두 책장에 꽂혀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책을 샀는데, 사실 좀 아쉬웠다. 모든 곳을 가본 사람들만이 투표를 한 것이 아니라서인지, 첫번째 책 '내가 사랑하는 유럽 Top10'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가는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터키, 체코, 크로아티아 등 이 여섯 나라로 채워져 있었다. (영국, 프랑스가 모든 영역에 하나도 없는 건 좀 의외였었다.) 두번째 책 '나만 알고싶은 유럽 Top10'은 좀 더 다양한 나라들의 여러 장소들이 등장했지만, 조금 더 일반적이고 평범해졌다.


그때 각 분야별 순위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나라가 1,2위를 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어차피 모든 곳을 가본 사람들이 투표하는 것은 아니니까. 1,2위 장소가 9,10위 장소보다 좋다기 보다는 그 장소를 더 많은 사람들이 가봤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9, 10위 장소들을 간 사람들은 1,2위 장소도 가봤을 확률이 높으니 오히려 아래 순위가 더 좋을 수도 있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나의 경우에는 좋은 장소를 가보게 되면, 비슷한 다른 장소를 갔을 때 감흥이 줄어든다. 예를들면, 해안도로에 대한 로망은 많이 사라졌다. 이탈리아 포지타노 해안도로나 호주의 12사도 해안도로, 노르웨이 NTR 등을 가봤기에 , 다른 곳들을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게 된다. 전망대나 야경도 그렇다. 건축물이나 신전도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를 보니, 그리스에 대한 열망이 사라진다.


예외적으로, 올드타운은 가도 가도 좋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많은 유럽의 올드타운의 느낌은 다르고, 포르투와 리스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한 나라 안의 도시마다도 느낌이 다르다. 이탈리아의 포지타노와 아말피도 전혀 느낌이 다르니까.




단체관광객들이 적은 곳을 찾아라.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관광지는 여행하기 힘들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가장 심하긴 하지만, 한국이나 유럽의 단체관광객들도 만만치 않다. 단체가 되면 모두가 용감해진다. 그리고 상당수는 룰도 없어진다.


용감해지는 이유는, 그 그룹이 자신의 보호막이 되어 준다고 생각하는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이드가 알아서 다 처리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첫 여행이라서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매너라는 걸 몰라서. 크게 떠들거나 장소를 차지하거나 하는 것을 일부러 한다기보다는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들보다 나쁜 사람들은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전 여행에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해도 된다는 이상한 논리로 다른 사람들까지 오염시킨다. 목소리도 크고 자기주장도 강하다. 이들은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준다.


단체관광객들과 엮이면 나의 여행이 방해된다.

작년에 겪었던 경험이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에서 3박을 했는데, 처음 2박까지는 정말 좋았었다. 셋째 날 오후에 예상치 못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도착했다. 이런 곳에 단체 관광객이 올 꺼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때는 "단체관광객이 여기도 오는구나"라고 생각한 정도였다.


도착한 얼마 후,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샤워 가운을 입고 야외 풀로 나온 배불뚝이 아저씨, 무언가 동영상을 이어폰도 안 끼고 계속 시끄럽게 시청하는 여자,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한쪽에서는 All Inclusive인 이곳의 특성을 확인하고 술을 계속 주문한다. 아름다운 풀이 망가졌다. 그래도 이때는 아직은 양반이라고 해야 하나?


저녁시간이 돼서 레스토랑으로 갔다. 그때의 상황은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회식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일어나서 건배를 소리치며 술 먹고 어깨동무하고 이러고 있었다. 다른 테이블들도 소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꿈같은 멋진 공간이 난장판의 소음 덩어리 공간이 되었다.


초반에 몇몇 테이블에 보이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어느덧 방으로 들어갔는지 사라지고, 중국인들이 모든 레스토랑을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호텔 측에서 옆 방에 따로 테이블을 차려줬는데, 공간이 따로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명색이 고급 호텔이면서 왜 이런 행동들을 용납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중국인들의 힘이 그만큼 강한 것일까?


그네들은 다음날 아침에 떠났는데, 돌아가는 경비행기에서 그들 중 여자 무리를 다시 만났다. 12인승인데, 그녀들 10명과 같이 가게 됐다. 그 시끄러운 비행기 소음 속에서도 떠드는 그녀들. 중간 경유지에서 그녀들은 내리고, 우리는 더 가야 하는데, 조종사를 붙잡고 놔주지를 않는다.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단체 관광객들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까? 프랑스 여행을 언제나 망설이다가 "다음에.."라고 다른 나라를 찾는다. 덕분에 누구나 가본 듯한 파리를 아직 못 가봤다. 이번에 여행지를 정할 때도 비슷했다. 프랑스를 가려다가 단체관광객들이 많다는 말에 포기했다. 체코도 그렇게 포기했다. 이러다 아무 곳도 못 가게 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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