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사원제이 Jul 11. 2019

로저 무어, 제임스 본드, 007 뷰투어킬


007을 처음 본 것은 시리즈 12번째였던 ''유어 아이즈 온리'였다. 어린 시절에 봐서 내용이나 장면은 생각나지 않지만 재밌게 봤다는 것은 분명하다. 2년 후에는 역시 로저무어가 007을 연기했던 다음 시리즈 '옥터 퍼시'가 개봉했다. 당시 공식 시리즈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전대 007인 숀 코넬리 주연한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이 거의 같은 시기에 개봉했었는데 두 영화 모두 극장에서 봤었다. 정식 시리즈인 007이 있고 정식 시리즈가 아닌 007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정식 시리즈가 아니라고 하면서 007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개봉하는 것도 이상했었다. 미국에서는 '옥터 퍼시'가 조금 더 흥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작품 모두 극장에서 관람했지만 생각 외로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로저 무어를 더 좋아했었기 때문에 '옥토퍼시'의 흥행을 응원했던 기억은 난다.




다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시리즈 14번째로 85년에 개봉한  '뷰 투 어 킬'이다. '뷰 투 어 킬'은 007 시리즈 전체로 봤을 때 그리 흥행한 작품은 아니었는데, 나는 상당히 재밌게 봤던 영화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흥행 성적이 아주 좋지는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뷰 투 어 킬'은 오프닝 액션 영상부터 시선을 빼앗는다. 스키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스키 장면은 '여왕폐하의 007'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이 영화의 스키 액션은 그에 못지 않게 뛰어나다. 이후에 나오는 추적 씬들도 긴장감 넘친다. 특히, 차단기가 내려진 곳을 지나면서 차 윗부분이 박살 나는 장면은 당시에 인상 깊었었다.



007 시리즈는 모든 시리즈가 성공했지만, 그래도 각 편마다 부침이 있었다. 예를 들면, 007 초반 작품 중에는 2번째 작품인 '007 위기일발'이 가장 성공했었다. 당시의 조악한 특수효과 기술에도 불구하고 각 액션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면이 있었고, 액션은 박력 있었다. (하지만, 만약 지금 다시 본다면 시시해 보일 가능성이 높겠다.)

'007 위기일발'은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흥행에 성공했는데,  65년에 개봉해서 서울 5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기록은 엄청난 것으로 무려 13년 동안이나 흥행 1위를 유지했을 정도이다.

007 시리즈 중에 인상 깊었던 것으로는 '007 나를 사랑하는 스파이'가 있다. 영화에서 등장한 자동차가 바닷속을 들어가는 장면을 신기하게 본 기억이 난다. 자동차가 바퀴가 들어가고 잠망경이 나와서 바닷속을 돌아다니다니. 엄청나게 멋지지 않은가?

안 좋았던 007로는 '007 어나더데이'가 있다. 당시 북한이 등장해서 화제가 되었었는데, 엉망인 고증으로 한국을 이상하게 묘사해서 상영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었다. 소를 가지고 농사를 짓는 장면이나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색한 한국어로 한국인 역할을 하는 것이나 왜곡이 많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많은 후진국들의 모습도 이런 왜곡 아래에 있어 그 나라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모르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실제와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 경험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걸 느낀다.

마지막으로 최근 작품인 '007 스카이폴'이 흥해에 크게 성공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237만 명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래도 마블 영화와 같은 블록버스터에 비해 흥행이 많이 부족한 것은 007의 정서가 한국과 맞지 않는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007 영화를 좋아한다. 007 시리즈 전체를 다 봤고 12번째 작품인 '유어 아이즈 온리'부터는 모두 극장에서 봤을 정도이다. 번외 편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작품 '카지노 로열'과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도 모두 봤다. (여기서의 '카지노 로열'은 최근 작품이 아니라 67년에 나온 전혀 007 같지 않은 영화를 말한다. 유명 배우들이 대거 나오지만 유치한 코믹 스파이 영화로 만들었다.)

007 제임스 본드의 역할로는 로저 무어를 좋아하는데 그의 여유스러움과 위트가 좋다. 너무 낭만적으로 묘사 된다고도 할 수 있지그런 낭만이 다른 스파이와 제임스 본드의 차이점이니까. 그런 면에서 최근 작품에 나오고 있는 다니엘 크레이그는 사실상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는 거의 사라진 것 같다. 강력한 액션과 긴장감 넘치지만 다른 스파이와의 차이점이 없어져 버렸다. 본 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트렌드가 바뀐 것도 있을 테고. 무엇보다도 여성을 단순히 눈요기용 본드걸로 출연시켰던 과거 작품들의 방식은 이제는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할 테니 말이다. 그래도 평범한 스파이가 되어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내년 개봉 예정인 다음 007 영화 '본드 25 (가제)'는 제임스 본드스러움을 좀 더 느낄 수 있길 바라보지만 다니엘 크레이그로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 007 영화 만들기를 원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을 맡게 된다면 무언가 다른 007을 볼 수 있을 수도 있을텐데.  26번째 작품은 놀란 감독의 손에서 나오길 기대해본다.

이전 09화 스필버그+해리슨 포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