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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Feb 21. 2020

무례한 사람을 만났다구요? 천재지변입니다!

무례한 자에게 웃으며 대처 못하는 저의 회피 스킬 4

제 꿈은 힘숨찐(aka. 힘을 숨긴 찐따)입니다. 굳이 찐따일 필요는 없지만 저 표현 그대로가 찰져서 좋아해요. 허세가 없고 척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필요한 순간 숨겼던 힘을 개방하는 실속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냥 찐따... 아니, 만만해 보이는 듯해 가끔 화가 납니다. 처음 본 사람, 다시 볼 일 없는 사이에 무례한 일을 당할 때가 종종 있는데요.


저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지 못합니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는 사람이에요. 애초에 낯가림이 심하고 사람 대하는 것도 피하는 편인걸요. 무례한 사람인가 촉을 세우고 있다 걸려들면 옳다구나 한마디 쏴주는 데에는 너무 많은 힘이 듭니다. 그렇다고 무방비로 버티자니 스트레스 심한 일인 건 분명하니까요, 저는 이런 상황에 일단 이런 식으로 멘탈을 챙기고 있습니다.
 


1. 무례한 사람을 만나 벌어진 일은 천재지변이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지'라는 생각 때문에 화가 더 쌓이는 겁니다. 사람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닌 천재지변 같은 걸로 여깁시다. 지나가다 새똥 맞은 거라고 생각하죠 뭐. 좀 많이 빡친다고요? 하필 그 새똥이 입에 들어간 걸로 칩시다. 운이 나빴던 거지 이미 날아간 새를 잡아 올 순 없으니까요.


2. 그 사람이 내 측근이 아닌 것에 감사하자.

자주 보는 사람이 쌉소리를 했다면 이래저래 기분이 나빴다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겠습니다. 정도가 심하다 치면 연을 끊어야 하고요. 그런데 일회성 만남에서 벌어진 천재지변이라면 어떤 대처도 할 수 없습니다. 할 필요도 없죠, 두 번 볼 일이 없는데! 이번 기회를 내 마음속 평화를 깨지 않는 가족 친구 측근들에게 감사하는 계기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이런 평화로운 생각으로도 영 풀리지 않는 빅버드똥을 먹었다면 그들에게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풀어봅시다. 함께 욕하며 사랑과 우정이 돈독해집니다. 


3. 그 사람은 나를 모른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의약분업이 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국룰입니다. 그뿐인가요. 충치는 치과, 감기는 이비인후과, 화상은 화상외과 등등(작은 화상도 꼭 전문병원에 가세요) 의사도 전문의를 찾아가야 하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일은 내가 전문가죠. 내 성향과 내 상황을 잘 알고 하는 말이 아니라면 신경 쓸 가치도 없습니다. 잘 아는 척하며 하는 말도 무시하세요. 어디서 푸드덕 새똥 싸는 소리가 들리네 생각하자고요. 


4. 그 사람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은 0에 수렴함을 기억하자.

천재지변, 두 번 볼 필요 없는 사람, 푸드덕 무례한 말을 싸지른 사람. 그는 내 인생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냥 하루 치 기분이 나쁘고 말 뿐인걸요. 그로 인해 내 통장잔고가 바뀌거나 내 건강이 나빠지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제 최측근은 해외축구 마니아인데 종종 '새 똥 먹은 선수' 애슐리 영 이야기를 합니다. 경기 중에 새똥이 떨어져 입에 들어갔다나요. 희한하게도 새똥을 먹은 다음 실력이 좋아졌다는데... 또 모르죠. 애슐리 영이 먹은 새똥처럼 우리에게 좋은 쪽으로 터닝포인트가 되는 천재지변이 있을지도요. 음, 그래도 역시 새똥 먹긴 싫으니까요. 저도, 제 최측근도, 솜사탕과 함께하는 모든 분들도! 천재지변과 그에 준하는 갖은 재앙으로부터의 가호가 있길 바라겠습니다. 피-쓰.


* 뉴스레터 [여름의 솜사탕] 28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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