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자에게 웃으며 대처 못하는 저의 회피 스킬 4
제 꿈은 힘숨찐(aka. 힘을 숨긴 찐따)입니다. 굳이 찐따일 필요는 없지만 저 표현 그대로가 찰져서 좋아해요. 허세가 없고 척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필요한 순간 숨겼던 힘을 개방하는 실속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냥 찐따... 아니, 만만해 보이는 듯해 가끔 화가 납니다. 처음 본 사람, 다시 볼 일 없는 사이에 무례한 일을 당할 때가 종종 있는데요.
저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지 못합니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는 사람이에요. 애초에 낯가림이 심하고 사람 대하는 것도 피하는 편인걸요. 무례한 사람인가 촉을 세우고 있다 걸려들면 옳다구나 한마디 쏴주는 데에는 너무 많은 힘이 듭니다. 그렇다고 무방비로 버티자니 스트레스 심한 일인 건 분명하니까요, 저는 이런 상황에 일단 이런 식으로 멘탈을 챙기고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지'라는 생각 때문에 화가 더 쌓이는 겁니다. 사람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닌 천재지변 같은 걸로 여깁시다. 지나가다 새똥 맞은 거라고 생각하죠 뭐. 좀 많이 빡친다고요? 하필 그 새똥이 입에 들어간 걸로 칩시다. 운이 나빴던 거지 이미 날아간 새를 잡아 올 순 없으니까요.
자주 보는 사람이 쌉소리를 했다면 이래저래 기분이 나빴다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겠습니다. 정도가 심하다 치면 연을 끊어야 하고요. 그런데 일회성 만남에서 벌어진 천재지변이라면 어떤 대처도 할 수 없습니다. 할 필요도 없죠, 두 번 볼 일이 없는데! 이번 기회를 내 마음속 평화를 깨지 않는 가족 친구 측근들에게 감사하는 계기로 삼아도 좋겠습니다. 이런 평화로운 생각으로도 영 풀리지 않는 빅버드똥을 먹었다면 그들에게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풀어봅시다. 함께 욕하며 사랑과 우정이 돈독해집니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의약분업이 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국룰입니다. 그뿐인가요. 충치는 치과, 감기는 이비인후과, 화상은 화상외과 등등(작은 화상도 꼭 전문병원에 가세요) 의사도 전문의를 찾아가야 하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일은 내가 전문가죠. 내 성향과 내 상황을 잘 알고 하는 말이 아니라면 신경 쓸 가치도 없습니다. 잘 아는 척하며 하는 말도 무시하세요. 어디서 푸드덕 새똥 싸는 소리가 들리네 생각하자고요.
천재지변, 두 번 볼 필요 없는 사람, 푸드덕 무례한 말을 싸지른 사람. 그는 내 인생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냥 하루 치 기분이 나쁘고 말 뿐인걸요. 그로 인해 내 통장잔고가 바뀌거나 내 건강이 나빠지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제 최측근은 해외축구 마니아인데 종종 '새 똥 먹은 선수' 애슐리 영 이야기를 합니다. 경기 중에 새똥이 떨어져 입에 들어갔다나요. 희한하게도 새똥을 먹은 다음 실력이 좋아졌다는데... 또 모르죠. 애슐리 영이 먹은 새똥처럼 우리에게 좋은 쪽으로 터닝포인트가 되는 천재지변이 있을지도요. 음, 그래도 역시 새똥 먹긴 싫으니까요. 저도, 제 최측근도, 솜사탕과 함께하는 모든 분들도! 천재지변과 그에 준하는 갖은 재앙으로부터의 가호가 있길 바라겠습니다. 피-쓰.
* 뉴스레터 [여름의 솜사탕] 28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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