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나는 늦었지만, 다른 백수 친구들이라도...!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나의 즐거운 백수 생활. 이제 그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 실업급여는 9월 말까지 나오고, 나도 그보다 오래 쉴 계획은 애초에 없었다. 그렇지만 막상 포트폴리오를 다듬고 취업 준비를 하자니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좀 더 열심히 쉬었어야 했다. 좀 더 격렬하게 놀았어야 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날것의 백수여야 했는데, 100% 만족스러웠냐고 하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이번 글에는 조금 부끄러울 정도로 사소한 백수 생활 팁을 정리했다. 너무 사소해서 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그만큼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백수로 보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야 이걸 알게 되다니. 나는 이미 늦었지만, 이 글을 읽는 현직 백수 친구들은 더 알차고 행복한 생활을 즐기면 좋겠다.
1.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자
여기서 말하는 아침은 해가 뜨는 시간이 아니다. 백수에게는 내가 깨어난 시간이 곧 아침이니까. 하지만 그게 언제든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는 게 중요하다. 어디 나갈 계획 없더라도 꼭 씻자. 아주 작은 노력만으로도 더 개운하고 상쾌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2. 배고프지 않아도 밥은 제때 먹자
수면 패턴만큼 꼬이기 쉬운 게 식사 패턴이다. 예컨대, 정오쯤 일어나서 배가 고프지 않다고 오후 5시쯤에야 점심을 먹으면 자정쯤에나 배가 고프게 된다. 밥을 늦게 먹고 자면 소화가 잘되지 않으니 쉬는 효율이 떨어진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일반적인 식사 시간을 지키는 걸 추천한다.
3. 매일 아침 투두리스트를 만들자
이력서 수정하기 같은 거창한 리스트를 만들 필요는 전혀 없다. 오늘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두는 정도면 충분하다. 책을 읽는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잠을 10시간 이상 잘 거라거나. 리스트를 만들고 체크해나가는 것만으로 하루의 보람이 더 커진다. 백수 생활이 끝날 때쯤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는 요즘 투두리스트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방탕하게 놀았는데 더 놀고 싶으면 양심 없는 거지’라며 애써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4. ‘이거 하나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컨셉을 잡자
운전면허 따기? 하루종일 게임하기? 원없이 잠자기? 무엇이든 좋다. 백수 생활이 끝나고 나서 ‘이것만은 제대로 해냈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만으로 성공 아닐까. 지금 내가 ‘소설 쓰는 걸 배워서 다행이다’ 생각하는 것처럼.
5. 이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자
커리어 공백에 대한 고민이든, 실업급여 수급 기간 종료 때문이든, 우리 중 대부분은 언젠가 일하는 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걸 기억해두자. 시간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지나간다. 재밌는 책을 더 읽을걸, 새로운 게임을 더 해볼걸, 더 많은 글을 써볼걸, 즐거운 백수 생활의 막바지에 이런 후회가 크지 않도록. 그저 시간이 흘러가게 두지 말고, 더 재밌는 일에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쏟자. 다음 백수 생활은 언제 또 누릴 수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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