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 Sep 13. 2017

가을이 가기 전에 들려드리고 싶은 다섯 곡

좋은 노래 같이 듣고 싶어서 가을 핑계 좀 댔어요!

  창문을 열고 잤다가 감기에 걸렸습니다. 이제 얇은 홑이불은 옷장으로 들어갈 때가 되었나 봐요. 코를 훌쩍이며 이제는 정말 가을인가 합니다. 날이 선선해지니 여름엔 없던 여유가 생기네요. 늦은 밤, 작은 조명을 하나 켜놓고 감기에 좋다는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 이어폰 한쪽을 건네고 싶어졌어요. 잠깐 시간 되시면 같이 들어 보시겠어요?

* 위 링크는 유튜브에 만든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저작권 이슈가 있을까 이렇게 공유했는데, 혹시 문제가 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난 9월에 태어났다고 해요, 그러니 나의 일년은 언제나 가을 겨울 봄 여름"

: <가을겨울봄여름> - 가을방학

- 이맘때쯤 주위에서 가장 자주 들려오는 말. '뭐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올해도 몇 달 안 남았네/또 이렇게 한 살 더 먹네'. 3종세트 패키지로 묶어도 될 정도입니다. 당장 저만 해도 올 한해 제대로 이뤄낸 것도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아 씁쓸한걸요. 그럴 때 '다들 자기만의 일년을 사는 것'이라고 말해 주는 이 곡을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나의 봄이 다른 사람의 봄보다 늦을 수도 있으니 조바심 내지 않기로 합니다. 내 나이가 벌써 이만큼이고 지금 당장은 눈앞이 깜깜해 보인다지만 전 여름에 태어났으니 제 일년은 여름 가을 겨울 봄! 좋아, 내년부턴 누가 나이 물어 보면 만 나이로 세어야지.



"이 아름다운 순간을 붙잡아둘 순 없을까요?"

: How Does A Moment Last Forever - Celine Dion

- 봄과 가을, 두 계절 모두 좋아하지만 사실 저는 가을보단 봄이 조금 더 좋습니다. 계절만 놓고 보자면 가을의 높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최고인데, 봄 다음엔 초록 가득 생명력 넘치는 여름이 오지만 가을 다음엔 바짝 마른 겨울이 오잖아요. 가을처럼 더 바랄 게 없는 계절은 왜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걸까요. 가을의 아름다움을 잡아둘 순 없을까요? 사랑으로 만개한 아름다운 순간이 지나가버릴 것을 아쉬워하는 이 노래가 문득 떠오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을 나중에라도 소중히 꺼내볼 수 있도록 다람쥐 도토리 저장해 두듯 차곡차곡 쌓아 두는 것이겠지요.



"혹시 시간 있으시면 제 찡찡거림 좀 받아주실래요?"

: Basket Case - Bastille

- 내가 생각해도 내가 정말 맛이 갔구나, 싶을 때 있잖아요. 사실 요즘 제가 좀 그렇습니다. 회사에서 영혼없이 일하다 집에서는 의미없이 뒹굴거리며 새벽까지 잠을 설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지치고 피하고 싶고, 휴일엔 해가 쨍 뜬 좋은 날이라도 나갈 기운이 나질 않고. 이게 바로 나태함이라는 거구나 싶고. 이유야 어찌 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기도 하고, 저찌 보면 별다를 것 없기도 하고. 하지만 여러분, 가을입니다. 천고마비의 계절. 찬바람과 환절기의 계절.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계절. 까짓거 '나 가을 타나 봐' 핑계 좀 대고 맘껏 찡찡거립시다.

* 그린데이의 원곡도 좋아하지만 바스틸이 최근 리메이크한 버전이 정말 좋아서 이걸로 들려드립니다. 요즘 매일매일 듣고 있어요.



"순수함이 영원할 순 없겠죠. 9월이 되면 절 깨워주세요"

: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 Green Day

- 슬픔이 지나쳐서 눈물도 흘리지 못한 적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이 곡을 들을 때면 떠오르는 기억 조각 하나가 있습니다. 몇년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심야버스를 타고 고향에 내려가며 멍하니 하던 생각. '아, 이제 우리 엄마는 고아가 되었구나'. 할머니는 저에게도 소중한 분이셨지만 우리 엄마에게는 태양이자 달이셨지요. 아직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그 슬픔은 언젠가 저에게도 찾아오겠죠. 이 노래는 그린데이의 프론트맨인 빌리 조 암스트롱이 10살 때 자신의 아버지를 암으로 잃은 기억을 담아 썼다고 하는데요. 가을, 떨어지는 낙엽처럼 사라지는 많은 것들을 위해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 있는 계절입니다.



"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

: Track 9 - 이소라

- 앨범도, 수록곡도 제목이 없는 이소라 7집의 9번째 트랙.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스산함에 마음이 추워지는 계절을 맞고 계신다면 이 곡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저야 항상 말이 많은 사람이지만 이번 곡만큼은 긴 말을 덧붙이지 않을게요. 그냥 나란히 같이 들어요.


*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어떤 곡이 있으신가 궁금합니다.

좋은 곡 있으시면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꼭 들어볼게요^ㅇ^



* 매주 수요일, 취향 가득 담긴 제 글을 뉴스레터 [여름의 솜사탕]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매일매일 읽을거리]도 소소하게 운영 중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