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굴양 Jan 13. 2018

제주 한달살이는 삼달삼달

너굴양 제주살이

제주 한달살이 숙소 <삼달삼달(성산읍 삼달리)> (그림 너굴양)



제주에서 지낸 6개월 중 마지막 보름 남짓은 성산읍 삼달2리에 있는
한달살이 숙소 <삼달삼달>에서 지냈다.

삼달2리 조용한 바닷가에 있는 펜션 건물을 개조해 한달살이 숙소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제주시에서 너무 오래 있다보니 서귀포에서 머물고 싶었는데 
운좋게 이 곳을 소개 받았다.



보부상 지겨워...



사실 제주에 머물면서 매달 거취를 결정했기 때문에
짐을 쌌다 풀렀다 하는 것에는 이골이 나 있었다.
그래도 삼달리에 갈 때는 신이 나 짐을 쌌다.


떠나요~ 둘이서~ 제주도~ 푸른밤~ 그 별 아래~


딱 이렇게 지낼 수 있는 숙소가 생겼으니까!
서귀포에서 지낼 곳 없을까 정말 고민하던 차였다. 심지어 우리가 좋아하는 성산.



제주 한달살이 숙소 <삼달삼달> 전경 (그림 너굴양)


이런걸 꿈꾸며...그리고 현실이 되었다!
<삼달삼달> 첫 날, 첫 느낌은 뭔가 별장/펜션/성채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었다.

나는 원룸, 힘찬 작가는 1.5룸에 묵기로 했다.
이 때 1.5룸을 내가 뺏었어야 했다. 가위바위보는 신중하게
 합시다.ㅠㅠ...


첫 날 저녁, 라이언 베개를 끌어 안고 자면 잠이 솔솔~



사실 이런 곳은 나만 알고 싶지만
이미 검색도 잘 되고 입소문을 꽤 탄 것 같아
제주 한달(실제로는 보름부터 됨)살이 하실 분들을 위해
마음껏! 마음~껏 알려드린다. 흑흑...

이힘찬 작가가 날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내가 묵었던 곳은 원룸이다. 실제로 묵고 있던 방은 짐이 너무 많아서;;; 빈 방을 촬영했다.




방이 꽤 넓다. 작게 부엌도 있어서 밥도 곧잘 해먹었다.
장은 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표선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주로 봤다. 근처에 다이소도 있어서 굿굿.



화장실이 꽤 넓었다. 샤워부스 자리에 원래 욕조가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들었는데, 사장님이 손수 타일 위에 방수 작업을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은근히...보일러가 들어와서 따뜻했다. 허허허.



동향이라 아침 채광이 무척 좋았다. (사진은 아침에 찍은 것)



조명 없이도 이정도 채광. 올...
식탁에서 주로 작업을 했고, 밥은 좌식 책상에서 먹었다.

옷걸이랑 서랍은 혼자 쓰기엔 괜찮았는데, 둘 이상이고 짐이 많으면 수납을 잘 해야한다.
(옷걸이는 추가로 몇 개 샀다)

청소기와 빨래건조대가 있다. 한달을 살아야 하니 방청소도 하고 빨래도 해야한다.
세탁실은 1층에 있었는데 세탁기가 4대나 있어서 기다리거나 하는 일 없이 여유롭게 썼다. 
세제만 사면 언제든지 빨래를 돌릴 수 있당~



창밖으로 주차한 차들도 보이지만
바다가 보인다. 으아... 파도소리가 철썩철썩 들리고, 새소리도 들린다.



아침을 먹고 동네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슬렁슬렁 걸으며 바닷가를 구경하고, 방파제에 기대어 한참 바다를 바라보기도 했다.


삼달리 바닷가


그리고 밤에는 어선의 불빛들을 한참 쳐다보았다.



12월이라 표선 다이소에서 꼬마전구를 사와 방에 걸었다.
작업방(?)이 된 내 방에 전구를 걸어놓고 매일 켜뒀다.
음악을 틀고 작업을 하다가 전구를 보고, 바다도 보고...정말 좋았다.

책을 쓸 일이 있으면 여기서 자발적 고립(?) 상태로 책을 쓰고 싶다.




한달살이를 하러 제주에 오면 가장 필요한 것이 차다.
우리는 블루렌트카를 통해서 장기렌트처럼 차를 두번 바꾸어 한 달을 썼는데,
그 이후로 블루렌트카에 '한달장기렌트' 상품이 생겼다.
우리의 실험이 상품성을 증명한 셈이다.

육지에서 차를 가져오는 분들도 물론 많은데,
제주에서는 전기차를 몰기 좋으니 기름값 걱정없이 다니려면 전기차 한달렌트도 꽤 괜찮을 것 같다.

바닷물이 튀어도 주차장에서 세차도 자주 할 수 있고~



이번주도 제주에 폭설이 내렸는데,
12월에도 일찍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농사를 오래 지으신 분들 말씀에 따르면, 
올해는 추위와 눈이 빨리와 노지 감귤 작업을 서둘렀어야 했다고 한다.
실제로 12월말 전에 노지 감귤 수확이 끝날 수 밖에 없었고,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적어 노지 감귤 값이 많이 올랐다.


삼달리 어촌계 물질 작업 촬영(허락 받고 찍었답니다~퍼가시면 안돼요~)


삼달리에도 어촌계가 있어 해녀들의 물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무려 숙소 창문에서 보인다. <삼달삼달>에서 어촌계 불턱(쉼터)이 무척 가까웠다.

겨울에는 뜸하지만 봄부터는 바다에 주황색 테왁이 둥둥 뜬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어촌계 작업이 있는 날에는 조용하던 동네도 시끌시끌 하다.
이날 작업한 건 소라였다고 한다.(인당 100키로 넘게 잡으셨다고...ㅎㄷㄷ)



귤따러 간 너굴양와 댕댕군


삼달리에는 감귤 농사 짓는 과수원도 많아 하루 귤도 따러 갔다.
삼달리 해녀인 지애씨네 가족이 운영하는 과수원이 <삼달삼달>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슝~가서 귤을 따고 나르고...많이 도와드리진 못했지만, 보름 내내 귤 부자!
(그리고 댕댕군은 허리가 없어졌다고 한다)




아무래도 동쪽에 있다보니 성산일출봉 기준 10-20분 거리를 자주 다녔다.
눈온날 달려간 용눈이오름
이 생각난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광치기해변과 그 앞 유채꽃밭

한라산과 용눈이오름의 설경

한라산 상고대와 영실기암


오히려 서귀포 내려와 있는 동안 더 열심히 다닌 것 같다.
일도 부지런히 했는데 어째 사진은 모두 놀러다닌 것...헣허...



삼달리 고래라면 고양이들

<삼달삼달>에서 10분거리인 섭지코지

역시 10분거리인 표선해비치해수욕장과 부근 카페


삼달리 위치상 성산일출봉 근처 농협이나 카페보다 표선이 더 가까워 자주 갔다.
하나로마트, 병원, 약국, 다이소, 맘스터치(알럽), 해수욕장 앞 카페, 전기차 충전소
 등이 우리의 핫플레이스!


제주 12월을 열어준 동백꽃

성산 시흥리 <묘한상점 묘한카페>의 키라와 함께!



<삼달삼달>에서의 보름은 우리에게도 여행같았다.
아무래도 도시에서의 뚜벅이 생활은 서울이나 제주시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래도 렌트카를 자주 빌려 여행을 병행했던 것이 삼달리에서 포텐이 터진 것 같다.
한달 정도 차가 생기니 교통이 불편한 삼달리에서도 잘 지냈다.

그 사이에 이웃이 생겼고, '언제든 오라'는 지인들이 생겼다.
행복한 제주에서의 6개월, 끝자락에 삼달리가 있어 참 다행이다.

책쓰러 가야지~ 


제주 한달살이 숙소 <삼달삼달> (사진 이힘찬)


제주 한달살이 숙소 <삼달삼달> 홈페이지 


이힘찬 작가의 글


작가의 이전글 우리의, 첫, 한라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