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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Feb 09. 2018

아픈 손가락과 안 아픈 손가락

헤이즐의 잡설

페이스북 친구를 왕창 잘라냈다. 앞으로도 더 팍팍 줄일 생각이다.
직접 인연이 있거나 내가 먼저 친구가 되고 싶은 분만 친구로 남고 싶다.

내 욕심에 신청도 하고 신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는데
결국 내가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사적인 이야기를 더 하기 힘들게 되었다.

블로그나 브런치에도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플랫폼 성격이 달라 사적인 이야기는 나의 글감이 될 뿐이다.
뭐, 온라인 어디든 흔적을 남기는 것에는 늘 조심해야 하지만.

아무튼,

관계를 끊을 때는 다양한 표현을 쓴다.
절교했다. 친구를 끊었다. 잘라냈다. 안본다. 

어떤 사람은 '누구였지?'하며 아무렇지 않게 보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아...죄송...'하며 보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끊기는 좀 그러니 그냥 언팔로우를 하자'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클릭 한 번으로 맺어지고 끊어지는 관계라지만
시작과 끝에는 늘 고민이 따르게 된다.
어떤 이유로든 쉽게 끊어지는 사람이 있고, 
아픈 손가락처럼 마음 한 구석에 빚이 남는 사람이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잊혀진, 잊고 싶은, 보기 싫은 인연일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목록에서 없어졌을 것이다.
그들은 고민했을까? 아니면 단박에 나를 없앴을까.


작업실 주변 고양이들을 돌보면서 얼떨결에 캣맘이 되었다.
내가 누굴 돌볼 주제나 되는가 싶어서 한참 망설였는데
행동이 앞서는 짝궁이 사료를 사왔다. (존경한다 짝궁아...)

그래서 밥을 주고 물을 주고 간식도 사준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알게 되어 간식을 보내주셨다.

츄르 같은 짜서 먹는 간식은 아직 주기 힘든데
간식을 너무 좋아하거나 식탐이 있는 아이들은 흥분하기 때문이다.

먹보에게 짜서 먹는 간식을 주는데 이녀석이 발톱을 세운다.
피가 비치게 살이 까졌다. 아주 작은 상처. 아이고 아파라.

먹을 걸 좋아하는 먹보의 조급증을 모르고 내가 너무 여유롭게 짜주었나보다.
눈을 흘겼지만 자기 간식을 먹고 사료 그릇에 고개를 쳐박는 모습을 보니 또 짠하고...
초보 캣맘이라 버릇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도 몰라 그냥 헤헤 웃고 말았다.

요즘 나의 아픈 손가락은 이놈들이다.

사료를 주고 쓰레기를 주워 버리러 가는 길에 톰을 만나 톰에게도 밥을 주었다.
밖에 나갔다 돌아온 짝궁이 그 사료 그릇에 이번엔 삼색이가 고개를 쳐박고 있었다 한다.

그래도 날이 좀 풀려서 다행이다.
내일은 씹는 간식 줘야지. 먹보가 내 손가락을 먹을지도 모른다.


먹보야 발톱 좀 그만 세워... (사진 이힘찬)
맛있게도 먹네 (사진 이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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