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굴양 Feb 26. 2018

전직 체육 주변인의 평창 동계올림픽 소회

헤이즐의 잡설

평창 동계올림픽 인기스타였던 수호랑, 잘 만들어진 캐릭터다


말이 참~많았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났다.

전직(?) 체육주변인(?)으로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도 많았다.

(스포츠마케팅 회사 홍보팀에 있었다)
관련한 일도 의뢰가 왔지만 고사했다.
(물론 다른 일들 때문에 할 시간이 없었다...)

그냥 즐겨도 될 일을 너무 고민했던 것 같기도 하다. ㅎㅎ

우리나라에서 30년만에 올리는 올림픽이니 기쁘게 참가했어도 되었는데, 하는 마음도 있었고,
뚜껑을 열어보니 잘 운영이 되어서 '저 자리에 있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둘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올림픽 시작 전까지는 회의적이었다.
여론도 언론도 그렇긴 했는데, 내 생각은 여러모로 무리하게 열린 올림픽이었다.
(강원도 재정과 숙박업소들의 고질적 바가지, 가리왕산 파괴 등의 문제)

올림픽 직전까지 스폰서가 그렇게 안 구해졌고, 표 안팔릴까봐 먼저 다 파는 바람에 경기장 비었던 것들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패럴림픽도 티켓은 스폰서 쪽에서 왕창 사들이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패럴림픽까지 마치고 나면 경기장 활용, 가리왕산 복구 등도 해결해야 하고
동계종목으로 겨우 모인 국민적 관심을 끌고 나가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도 있어야 한다.

올림픽이 잘 끝난 것과는 별개로 리뷰가 철저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를 주제로 내부 보고가 아니라 기자회견이 있었으면 한다.(사후 절차는 잘 모르겠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잘 끝난 건 그야말로 '사람의 힘'이었다.

선수들의 환상적인 플레이, 특히 빙상 편중이 아닌 설상,썰매에 경기력이 훌쩍 오른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친정 회사에서 매니지먼트하는 선수인 이상호 선수가 스노보드에서 최초로 메달(알파인 대회전, 은메달)을 땄고, 역시 친정회사 출신의 다른 회사에서 매니지먼트하는 이상화 선수의 활약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스켈레톤 윤성빈은 정말 끝내줬다. 무도에 나왔던 봅슬레이 선수들이 4인승에서 끝끝내 은메달을 추가해 감동이었다. 일요일 아침 9시에 우리를 티비 앞에 앉힌 여자 컬링팀의 활약은 또 어떤가. 피겨와 아이스댄싱에서도 스타들이 쏟아졌다. 일일이 열거 하기도 힘들만큼 감동적인 스토리들이 많다.

물론 빙상연맹의 적폐로부터 탄생한 씁쓸한 이야기들도 있었고, 대한체육회 갑질 논란도 있었다.
아, 박영선 의원 건도 있었네... 사진 찍히려고 민감한 구역 들어가는 건 정말 싫다. 운영하는 사람들과 선수들 입장 1도 고려 안한 행동. 누가 들어가자도 해도 안들어갔어야 했다.

개/폐회식 때 북한, 미국 수뇌부들의 방문도 인상적이었다.
어제 폐회식 때 자유한국당 의원들 왜 김영철씨 자리에 난입 안했나 궁금하고...
(통일대교 연좌 농성 패기는 어디로 가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도 과정은 정말 별로였는데 선수들이 금세 한팀처럼 뭉쳐 놀라기도 했다.
아마 선수들은 같이 훈련하고 대회에 나가는게 힘든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통보 받고 따라야한다는 것에 큰 반발이 있었을 것이다. 선수들에겐 올림픽이 정말 중요한데, 의사소통 과정이 꽝이었다고 본다. 
결국 잘 훈련하고 정들어 울며불며 헤어지고...는 역시 결과론이다. 같은 선수이고 서로 닮았는데 정이 안들 수가 없다. 선수로써 비슷한 입장이면 당연히 정든다. 

언론 관련 일을 했어서 그런지 보도와 중계도 관심이 갔다.
(언론 주변인이라 할만한 것이다...난 늘 주변인이었다 ㅎㅎ)

리우 때처럼 중계에서 정신머리 없는 발언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서 좋다. (대신 NBC가 해줬다)
기사 찾느라 SBS 홈페이지 가봤는데 메인을 올림픽으로 도배하지 않아서 좋았다. 
올림픽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 좋은 배려였다.

물론 하루 종일 우리나라 메달 경기 틀어주는 건 어쩔 수 없었겠지...
금메다아아아알!!!!!!하는 샤우팅도 어쩔 수 없었겠...
현장에서 보면 정말 흥분할 것 같다. 근데 차분한 설명도 듣고싶었다.

캐스터는 전문 방송인인데 해설위원은 그렇지 않으니 사전 교육이 필요할텐데, 그렇게 빨리 정해지는 것 같지가 않다. 일단 스타성 있는 해설위원 확보에 경쟁이 심할 거라서...

선수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대회 조직위는 아직도 심장 쫄깃한 일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언론도 대회 기간 내내 압박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걱정이 많았던 대회, 하지만 자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잘 치러졌으면 하는 대회.
취재 풀 조성하고 종목 담당 나누고 대회 기간 내내 잠 설쳐가며 정보수집하고 기사쓰고.
속보 경쟁 때문에 데스크에 쫄리고 정작 기사 나오면 댓글로 쫄리고.
다만 자극적인 문제에 불붙듯 경쟁했던 몇 가지 이슈는 아쉽다. 

조직위와 자원봉사한 분들도 너무 고생 많으셨을거다. 그냥 관성적으로 해서 되는 일이 아닐텐데.
아쉬운 점은 아쉬운 것이지만 그 간극을 메꾸기 위해 뛰어다닌 수많은 사람들의 땀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패럴림픽이 남았다, 잘 치러지길.


인기만큼 저변도 넓어졌으면 하는 컬링


올림픽 소회를 왜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한 번쯤 말하고 싶었다.
다들 수고하셨다고, 애쓰셨다고, 고맙다고.
남은 과제들도 잘 해결해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었다.

주변인이지만 애정은 남아있기에 :D

작가의 이전글 길고 힘든 명절 연휴가 끝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