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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Sep 30. 2019

만삭임산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너굴양 임신일기

몸이 변하면 몸이 할 수 있는 한계가 변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임신 초기에는 할 수 없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더 많다.

예를 들면 쪼그려 앉기, 격한 운동, 많이 뛰는 것 등은 안된다.

아기가 자궁벽에 안전하게 착! 붙어 있기 위해서는

몸을 과격하게 써서는 안된다. 


배가 부르다못해 무등산 수박같이 부풀어 오르는 만삭에는

내 몸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더 명확해진다.



만삭임산부가 할 수 있는 것


발가락 신공 : 배를 구부리지 못하니 발가락이 몹시 유연해진다. 빨래통에서 나온 양말 정도는 쉽게 집을 수 있다. 수련(?) 기간이 늘어날 수록 얇은 종이나 작은 물건도 집을 수 있다.

그림 너굴양


맘카페 공감댓글 놀이 : 맘카페가 도움이 된다 안된다 말이 많지만 쉽게 주변에 물어보기 어려운 문제나 아주 시시콜콜한 고민도 나눌 수 있는 건 장점이다. (물론 비의학적 상식이나 지나친 사례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함) 공감을 얻기 위해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 과정을 가볍게 건너뛰고 '첫째 8개월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에 너도나도 조언과 공감을 해주는 일은 꽤 위로가 된다. '저도 그랬어요 ㅠㅠ'로 시작하는 댓글들의 향연.


출산 방식 결정 : 보통의 산부인과에 다니는 경우에는 36주 전후(10개월차)로 산모의 건강을 최종적으로 체크하고 분만 상담을 한다. 자분(자연분만)과 제왕(제왕절개), 유도(유도분만)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다만 의학적 개입이 최소화된 자연출산을 하려면 6~7개월 정도에는 마음을 잡고 공부하고 훈련하는 것이 좋다. 


영화/미드 정주행 : 요즘 남편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 일과를 마치고 재밌는 영화나 드라마를 골라 본다. 영화는 한 편, 드라마는 두 편 정도 보면서 간식도 까먹고 수다도 떨고. 게다가 한동안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더 꼭꼭 챙기게 된다. 



만삭임산부가 할 수 없는 것


똑바로 앉을 수 없음 : 배가 너무 나와서 똑바로 앉으면 허벅지에 배가 닿는다. 허리가 뒤로 빠지게 되고 다리는 당연히 쩍벌. 허리를 굽히면 아기가 좁다고 발차기를 한다. 



발톱 깎기, 운동화 끈 묶기 못함 : 역시 배가 부르니 못하는 것들이다. 얼마전 발이 붓기 시작해 운동화를 새로 샀는데 그동안 여름내 슬리퍼와 슬립온만 끌고 다니다 잊은 것이 있었다. 운동화 끈을 매야하는 것! 무릎꿇고 운동화 끈 묶어주는 일은 남편이 가끔 해주었는데 그게 애정표현이었다면...이젠 안해주면 운동화를 신을 수가 없다는게 좀 다르다. 물론 애정을 담아 무릎을 꿇었지만. 

발톱도 당연히 깎을 수 없어 남편의 손을 빌린다. 남편은 또 무릎을 꿇고... 다른 사람의 손발톱을 깎아주는 일이 나의 아기 말고 또 있을까 싶었는데, 아내부터 연습을 시작한 남편. 앞으로 아기 손발톱도 깎아주었으면 좋겠는데...너무 무서워하심 ㅎㅎ


무릎꿇은 남편 시리즈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기 불가능 : 출산을 위해 온 몸의 관절이 '릴락신'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부드러운 상태가 된다. 관절이 계속 이완된 상태인데 몸무게가 쭉쭉 늘어나니 무리가 되어 아침마다 비명을 지르며 깨게 된다. 남편이 달려와 무릎과 종아리, 허리와 어깨를 만져줘야 한숨 돌린다. 그리고 이제는 일어나 차례. 허리를 바로 곧추 세울 수도, 다리 힘으로 벌떡 일어날 수도 없으니 옆으로 누워 주먹을 쥐고, 바닥을 누르며 끙끙 몸을 일으킨다. 허리가 세워지면 배가 땡기기도 해서 한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난다. 요즘은 거의 남편이 일으켜주고, 가까운 곳에 짐볼이나 서랍장, 의자 등이 있으면 의지해서 일어난다. 끙끙 소리가 절로 나온다. 릴락신 호르몬은 출산 후 5개월까지 나온다니...애기 낳자마자 수유고 육아고 해야하는데 관절이 작살이 안날 수가 없다. ㅠㅠ...


또 뭐가 있을까. 뛰는 건 당연히 어렵고 (물론 평소에 계속 달리기 운동을 하던 임산부는 가능) 주차하고 내릴 자리가 없어 주차장을 몇 바퀴 도는 건 예사다. 배가 얼마나 나왔는지 가늠이 안되어서 테이블이나 냉장고 문에 부딪힐 때도 있다. 나도 아프고 아기한테도 미안하고 (느껴진다고 한다 ㅠ) 기분이 영 거시기하다.




이 생활도 몇 주 남지 않았다. 이젠 언제든 아기가 나와도 된다. 만삭의 몸이 너무 무겁고 불편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뱃속에서 꿀렁이는 귀여운 움직임이 너무 좋고, 배를 쓰다듬으며 태담하는 시간도 너무 좋다. 과연 우리 아기는 언제 세상에 나오게 될까. 전화 꼭 하고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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