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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Mar 19. 2020

임신하고 읽은 책들

너굴양 임신일기

빵을 처음 만들 때


1. 만드는 걸 옆에서 보고 따라 하는 사람

2. 제빵학원에 등록하는 사람

3. 일단 마트에 재료를 사러 가는 사람

4. 제빵 관련 책을 사는 사람


등이 있다면

나는 단연코 4번이었다.

(지금은 책을 읽을 새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임신 사실을 알자 마자 나는 임신관련 컨텐츠를 찾아헤맸다.


일단 이걸 샀다

온라인에도 다양한 임신 컨텐츠가 많았지만, 일단 잘 정리된 책으로 보고 싶어서 임신출산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를 샀다. 2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A4 사이즈 풀컬러, 초딩 때 보던 동아전과를 떠올리게 하는 무거운 책이다. 어지간한 궁금증은 이 책 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다만 출산 이후 거들떠도 보지 않게 되었는데 육아할 때 이렇게 무거운 책을 들면 손목이 아작나고, 책을 펼 시간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육아 파트가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다)


임신 후에는 매순간이 새로웠으므로 정보에 대한 갈증도 있었지만 다른 산모들은 어떻게 임신 기간을 지내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맘카페라는 창구도 있었지만 임신기간 전체를 조망하기는 힘들었다. (다만 즉각적인 궁금증은 해소하기 좋았다) 그래서 '뭐 좋은 거 없나...'기웃대다가 임신 관련 에세이들을 읽기 시작했다.


임신하고 읽은 책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장보영, 새움)

어느날은 브런치를 둘러보다 눈에 뜨인 장보영 작가의 글을 읽게 되었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라는 제목으로 매거진 연재를 했고 책으로도 나왔다고 해서 바로 사서 읽었다. 아기가 가지고 싶었지만 임신한 후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오던 임신 초기에 마음을 달래준 책이다. 임신했을 때는 제주에 살고 있었는데, 장보영 작가 역시 제주에 살고 있어서 더 반가웠다. 임신을 준비하면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임신 과정 동안 느낀 작가의 소회가 담담하고 솔직하게 그려져있고, 남편과 함께 임신 기간을 보내고 육아하는 과정까지 담겨있다. 남편이 프리랜서라는 점도 우리 부부와 닮아서 더 좋았다.





거의 정반대의 행복(난다, 위즈덤하우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난다 작가의 책도 읽었다. 임신과 출산, 육아까지 작가가 겪고 생각한 일상이 담겨있다. 아기가 세상에 오고 나서 완전히 달라진 삶이지만, 그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행복'에 포커스가 맞춰진 책이라 '임신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위로가 되었다.


난다 작가의 귀엽고 따스한 그림이 있어서 더 좋았던 책.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녀때 사놓고 읽었던 <내가 태어날 때 까지(난다, 애니북스)>도 임신 과정을 담은 만화인데, 이 책도 좋았다. 작가의 육아와 일상은 웹툰 <어쿠스틱라이프>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우아영, 휴머니스트)


임신하면 물론 행복하고 기쁘지만, 그와는 별개로 당황스럽고 감당하기 어려운 몸의 변화들을 겪는다. '임신했으니까'라는 말로 퉁치기에는 매일이 힘들고 두려운 임산부들에게 내 몸이 '왜'이런지 설명해주는 책을 드디어 찾았을 때의 내 기분은...정말 답답한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산부인과 의사들도 설명해주지 않는(물론 바쁘고, 설명하려면 길고...네 이해는 합니다) 임신하고 변하는 산모의 몸을 우아영 과학기자(동아사이언스)가 직접 임신 과정을 겪으며 쓴 책이다. 많은 여성들이 제대로 이유도 모른채 임신 후 급격하게 변하는 몸에 적응하다보면 답답하고 우울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 가뭄에 단비같던 책이다. '왜 내 몸이 이렇게 변하는가' 궁금한 산모들이라면 꼭 읽어야할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표지가 아주 멋지다. 뭔가 과학과학(?)한 느낌, 자신감 있는 산모의 표정도 좋다.

<아기 낳는 만화>는 워낙 유명해서 많은 산모들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파란만장한 임신과정(오죽하면 작가가 육아가 임신보다 수월하다고 할 정도)을 만화로 엮었고 네이버만화에서 연재했다. 연재당시 다양한 논란을 일으켰다는데 왜 논란인지 사실 모르겠다. 임신은 개인마다 편차가 매우 큰 경험인데다가 목숨을 건 과정이기도 하다. (입덧부터 임신중독증까지 가볍던 치명적이던 산모는 환자 상태나 마찬가지다) 작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창작물에 '나는 안그랬는데?'라는 잣대를 들이미는 사람들의 무례함이 불편했다.


임신하고 '힘들다'는 표현을 저어하게 되는 때가 있었다. 왜 어떻게 힘든지 매번 표현하자니 내가 봐도 좀 지겹고 힘든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싫었다. 그렇다고 인상을 구기고 있자니 아기에게 미안하고 옆에 있는 신랑은 무슨죄며... 무엇보다 '아기 낳으면 더 힘들다'는 선배 엄마들의 조언도 듣기가 힘들었다. (각자 지금 당장이 제일 힘든거 아닙니까?ㅠㅠ 출산 158일차인 지금이 제일 힘든 지금 제 마음처럼요 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전국민이 임신을 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생명을 내 뱃속 안에 담고 온 몸으로 모든 변화를 겪어야 하는 산모들에게 그냥...그냥 좀 가치판단 없이 힘들다고 하면 들어주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암튼 만화는 무척 재밌었고, 쇼쇼 작가가 임신 과정에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해서...걱정도 했다. 몰라서 그렇지 임신성 당뇨, 고혈압, 중독증 등 많이들 겪으며 출산을 준비할텐데... 임신 출산을 겪으며 나의 공감력이 드디어 정상인 수치에 올라선 것 같다.


쇼쇼 작가는 이제 <아기 기르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나는 쿠키 결재 하면서 새 에피소드를 기다리는 열혈 독자!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송해나, 문예출판사)


임신하면 이유 없이 빡칠 때(?)가 참 많다. 볼록 나온 내 배를 물끄러미 보는 시선이 느껴질 때,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일을 하고 있을 때, 배가 너무 무거워서 허리가 아파 깊이 잠들지 못할 때도 그렇지만, 그냥 막 지구 뿌시고 싶은 때가 너무 많았다. 그 빡침을 담아 누군가는 글을 썼다. 그게 바로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였다. 트위터에서 인기를 끌었던 임신 일기가 책으로 엮여져 나왔다. 임신을 사회에서, 시스템에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언젠가 TV에서 박지윤 아나운서가 '어렸을 때는 딸에게 꿈을 가지라고 하면서 정작 엄마가 되면 그 꿈을 다 버리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현재 20-40대 엄마들은 공부하고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하며 적극적으로 살아왔다. 그러다 갑자기 결혼하고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집과 아기에 전념하는 엄마'가 되기를 강요받는다. 가정을 이루며 갑자기 내 자아가 어디론가 증발하는 기분을 왜 나만 느껴야 하지? 사회가 정해놓은 틀과 시선 때문에 엄마도 아빠도 아기 마저도 고통받는다. 아기를 잘 기르기 위해 맞벌이하는 부부, 아기와 보내야 하는 시간은 조부모의 돌봄이나 베이비시터의 노동으로 메워지고 부모의 죄책감은 육아템들로 치환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기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첫 해를 밀착하여 함께 보내기로 결심했다. (육아일기로 넘어가면 꼭 글로 남기고 싶다)


임산부 '배려석'에 임산부가 마음 편히 앉지 못하는 현실, 정부 부처가 '가임기 여성지도'를 만들고 출생율이 1퍼센트 밑으로 떨어진 사회에서 정작 산모는 얼마나 '배려'받고 있는지 묻고 싶다. 회사에서 배가 얼마나 나왔네, 라떼는 낳기 전까지 일을 했네 소리를 들으며 울렁거리는 입덧을 간신히 참으려 1인분을 기어이 해낸 후 조기 퇴근하는 임산부들의 모든 빡침을 대변하는 책이다. 읽다보면 함께 불타오른다.


하필 나에게 쌍둥이가 생겼다(서지혜, 필름출판사)

임신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신랑에게 아들이 좋냐 딸이 좋냐는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임신을 해서 그런지 우리는 '쌍둥이로 퉁칠까'하는 발칙한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한 나 자신이 그렇게 멍청해 보일 수가 없었다.


임신하면 나라에서 60만원짜리 바우처를 준다. 이걸로 열달 동안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 찍고 이런저런 검사하고, 잘 아껴쓰면 아기 낳는 비용까지로도 쓸 수 있다. (나는 아기 낳기 직전까지 닥닥 긁어 썼다) 단태아(1명)는 60만원, 다태아(2명 이상)는 100만원이다. 왜 쌍둥이를 임신한 산모에게 100만원을 줄까? 아, 비용이 아무래도 많이 들겠지? 검사도 많이하고 더 위험하다고 하니까, 라며 안일했던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반성한다.


책을 읽고 나니 쌍둥이는 두배가 아니라 네배, 열배를 줘도 모자란 것 같다. 만삭 때 아기가 3키로 정도에 육박했을 때는 숨 쉬기도 버겁고 무릎이 아파왔는데, 쌍둥이는 보통 2키로 초반으로 태어나니까 1.5배 정도 무겁다 생각해도...그리고 배가 정말 클텐데 얼마나 불편할까. 단태아 산모보다 몸이 빨리 무거워져 제약이 많고 출산 주수도 빠르고 제왕절개 수술 비율도 높고, 아기도 작게 나오니 여러모로 위험부담이 크다. 출산 자체도 그렇지만 신생아 둘을 양육...허허... 신생아 하나에 어른 둘이 있어야 한다고 치면 온 가족이 달라붙어 있어야 할텐데.


임신한 여성들의 에세이가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주변에 갓난아기도, 임산부도 찾아보기 점점 어려워지니 당장 임신하고 나면 너무나 막막한데 이런 책들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나만 이렇게 궁금한게 많은게 아니구나 하면서 심심한 위로가 되었다.


40주 태교 큐티(김경수, 최향자, 넥서스크로스)

임신하자마자 시엄니가 선물로 책을 몇 권 보내주셨다. 태교에 좋은 책들 중에 하나가 바로 태교 큐티 책이었다. 임신하고 초기에는 마음이 불안할 때가 많았는데 매일 기도문을 읽으면서 안정이 되었다. 매일 아침이나 저녁에 신랑이 배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기도 시간에 태동을 느끼면 기분이 무척 좋았다. 신앙이 있다면 아침이나 자기 전에 기도나 묵상,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추천한다.(물론 자동으로 기도가 나온다) 막연한 두려움과 임신 시기마다 달라지는 불안함을 다스릴 수 있다. 이 책이 더 좋았던 건 임신 과정에서 때마다 산모와 아기 아빠가 하고 있는 걱정이 무엇인지 콕 집어 달래주었고, 필요한 부분을 자세히 기도할 수 있게 해주어 도움이 됐다.



임신 초기에는 눈이 침침해져 모니터를 잘 볼 수 없었고, 그나마 종이책은 볼 수 있어서 책을 평소보다 더 많이 본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이 임신, 육아 관련 책이었지만, 하루에 1분도 책을 볼 수 없는 지금 생각해보면 종이책을 가까이 했던건 참 잘 한 일이었다. 지금도 책상 위에서 '언제 봐줄건가요'하며 날 바라보는 육아책들과 읽고 싶어 꺼내놓은 책들에게 참 미안한 밤이다. (글을 마무리하고 1분만 보고 자야지)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임산부들이여, 책을 읽자. 한동안...못 읽을테니.




이렇게 <너굴양 임신일기>는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이제 육아일기를 쓰고 그려야겠네요. 짬짬이 하고 있는데 역시 쉽지 않습니다. 허허.

세상의 모든 임산부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우린 이미 멋진 엄마이고 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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