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의 이미지는 생성형 AI를 통해 만들었습니다(키워드: 멀리 보이는 바다, 풀내음이 날 것 같은 풀숲, 그리고 그 사이의 오래된 노트와 만년필).
플롯을 난간으로 쓰겠다고 마음먹은 뒤에도, 글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방식은 정리되었지만, 여전히 문장 앞에서는 자주 멈췄다. 이상한 건, 그럴 때마다 다시 계획을 떠올리게 된다는 점이었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도, 나는 또다시 더 많은 구조를 찾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계획은 이야기를 위해서라기보다 작가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쓰고 있는 문장이 맞는 방향인지, 이대로 가도 되는지, 끝까지 갈 수 있는지. 계획은 그 질문들에 즉각적인 답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
초보 소설가에게 가장 불안한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중단이다. 끝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감각, 이 모든 시간이 헛수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계획은 그 두려움을 잠시 가려준다. 길이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안도감을 준다.
그래서 나는 알고 있으면서도 계획으로 돌아갔다. 플롯이 문장을 대신 말하기 시작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유혹을 쉽게 끊지 못했다. 계획은 실패를 늦춰주는 장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나는 질문을 바꾸게 되었다. 이야기를 계획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계획이 없을 때의 불안을 나는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소설은 불완전한 상태로 시작하는 글이다. 인물은 아직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사건은 아직 의미를 얻지 못했으며, 결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 불확실한 상태를 견디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플롯을 더 줄이기로 했다. 이야기를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간에서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나에게 플롯은, 이야기를 잘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이야기를 끝까지 데려가기 위한 최소한의 손잡이에 가깝다.
다음 장에서는 내가 실제로 쓰고 있는, 소설가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플롯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