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스물세 번째 봄, 4월 3일

사랑과 이별을 대하는 방법

by 네로

규담아,

스물세 번째 생일을 축하해

아마 이때쯤이면 규담이가 마음에 맞는 사람과 연애를 해보고 이별을 해보지 않았을까 싶어.


규담아,

사랑이 끝났을 때 찾아오는 마음의 허전함은

어른이 되어도 익숙해지지 않아.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건 누군가의 조언이나 해답이 아니라

그저 ‘너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라고 아빠는 생각해.

그래서 이 편지는 어떤 정답도 담지 않았단다.

다만, 아빠가 너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적는

작은 공감이고, 오래된 기억일 뿐이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중에서

‘사랑’만큼 복잡하고 또 아름다운 감정이 있을까 싶어.

처음엔 심장이 두근거리고,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에 웃음이 나고,

그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하루가 특별해지지.

하지만 그 사랑이 어쩔 수 없이 끝나버릴 때,

사람은 참 많은 감정과 마주하게 돼.


아빠는 엄마를 만나기 전에 두 명의 사람을 만났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알고 있어.

그 시절이 언제였는지,

그 사람들을 어떤 이름으로 불렀는지까지 다 기억하고 있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엄마를 더 사랑하게 됐단다.

그 모든 과거와 시간을 포함해서

엄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었거든.

사랑이란 건 그런 게 아닐까?

그 사람을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함께 안아주는 것.


아빠는 연애를 책으로 배운 사람이야.

그중에서도 츠지 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는 지금도 가끔 펼쳐보는 책이야.

그 책엔 이런 구절이 있단다.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 버리는 얼음 조각”


사랑은 영원할 것 같지만,

때로는 아무 예고 없이 스르르 사라지기도 해.

그러나 그 시간이 가짜였던 건 아니야.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고, 설렘을 느꼈다면

그건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계절이었지.

지나간 사랑은 지나간 계절처럼

우리 마음속에 색을 남기고 사라지는 거야.


규담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는 아직도 엄마를 보면 심장이 뛴단다.

엄마가 이 얘길 들으면 “심부전 아니야?” 하면서

병원 가보라고 할지도 모르지.

아니면 엄마 몰래 아빠가 대량으로 구워버린 네이버 쿠키가 들켰거나

삼성전자 주식 사놓은 걸 들켜서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이유들보다 더 큰 이유는 단 하나야.

아빠는 세상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해.

그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단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이별은 더 아프게 다가올 수도 있어.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헤어져줘야 해”라고 말하더라.

아빠는 그 말이 싫었어.

그 사람이 소중하다면,

그 사람에게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먼저 아닐까?

정말 해볼 만큼 해보고 그럼에도 불가능하다면 그때 보내는 거지.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면서 이별을 고하는 건,

그 사랑에 책임지지 않는 일이라고 느껴졌거든.


그리고 기억해 줬으면 해.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바꾸려고 하면 안 돼.

사랑하면 어느 정도는 나도 자연스레 바뀌게 되고,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은

억지로 꿰맞추기보다는

조금씩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야.

그게 진짜 어른의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사랑은 때로 상처를 남기기도 해.

하지만 그 상처가 널 무너뜨리지는 않을 거야.

오히려 네가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했는지를

말해주는 흔적이 될 수도 있단다.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이별도 희미해질 거야.

하지만 그 사랑 속에서 네가 배운 감정은

평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다시는 그 사람을 만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통해 알게 된 ‘네 마음’은

어딘가에서 꼭 너를 다시 따뜻하게 해 줄 거야.


규담아,

언젠가 이 편지를 다시 읽게 되는 날,

그때 너의 옆에는

네 마음을 온전히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함께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있다면

지금의 아빠처럼

그 사람을 오래도록, 부끄럽지 않게 사랑하길 바라.


너의 사랑도, 너의 이별도,

모두 다 너의 삶을 조금 더 깊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거야.

괜찮아.

사랑해 봐서 후회한 사람은 있어도,

사랑하지 않아서 후회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규담이, 너의 사랑을 응원해


봄에,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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