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을 대하는 방법
규담아,
스물세 번째 생일을 축하해
아마 이때쯤이면 규담이가 마음에 맞는 사람과 연애를 해보고 이별을 해보지 않았을까 싶어.
규담아,
사랑이 끝났을 때 찾아오는 마음의 허전함은
어른이 되어도 익숙해지지 않아.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건 누군가의 조언이나 해답이 아니라
그저 ‘너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라고 아빠는 생각해.
그래서 이 편지는 어떤 정답도 담지 않았단다.
다만, 아빠가 너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적는
작은 공감이고, 오래된 기억일 뿐이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중에서
‘사랑’만큼 복잡하고 또 아름다운 감정이 있을까 싶어.
처음엔 심장이 두근거리고,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에 웃음이 나고,
그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하루가 특별해지지.
하지만 그 사랑이 어쩔 수 없이 끝나버릴 때,
사람은 참 많은 감정과 마주하게 돼.
아빠는 엄마를 만나기 전에 두 명의 사람을 만났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알고 있어.
그 시절이 언제였는지,
그 사람들을 어떤 이름으로 불렀는지까지 다 기억하고 있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엄마를 더 사랑하게 됐단다.
그 모든 과거와 시간을 포함해서
엄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었거든.
사랑이란 건 그런 게 아닐까?
그 사람을 바꾸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함께 안아주는 것.
아빠는 연애를 책으로 배운 사람이야.
그중에서도 츠지 히토나리의 “안녕, 언젠가”는 지금도 가끔 펼쳐보는 책이야.
그 책엔 이런 구절이 있단다.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 버리는 얼음 조각”
사랑은 영원할 것 같지만,
때로는 아무 예고 없이 스르르 사라지기도 해.
그러나 그 시간이 가짜였던 건 아니야.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고, 설렘을 느꼈다면
그건 그 자체로 아름다운 계절이었지.
지나간 사랑은 지나간 계절처럼
우리 마음속에 색을 남기고 사라지는 거야.
규담아,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는 아직도 엄마를 보면 심장이 뛴단다.
엄마가 이 얘길 들으면 “심부전 아니야?” 하면서
병원 가보라고 할지도 모르지.
아니면 엄마 몰래 아빠가 대량으로 구워버린 네이버 쿠키가 들켰거나
삼성전자 주식 사놓은 걸 들켜서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이유들보다 더 큰 이유는 단 하나야.
아빠는 세상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해.
그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단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이별은 더 아프게 다가올 수도 있어.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헤어져줘야 해”라고 말하더라.
아빠는 그 말이 싫었어.
그 사람이 소중하다면,
그 사람에게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먼저 아닐까?
정말 해볼 만큼 해보고 그럼에도 불가능하다면 그때 보내는 거지.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면서 이별을 고하는 건,
그 사랑에 책임지지 않는 일이라고 느껴졌거든.
그리고 기억해 줬으면 해.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바꾸려고 하면 안 돼.
사랑하면 어느 정도는 나도 자연스레 바뀌게 되고,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은
억지로 꿰맞추기보다는
조금씩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야.
그게 진짜 어른의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사랑은 때로 상처를 남기기도 해.
하지만 그 상처가 널 무너뜨리지는 않을 거야.
오히려 네가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했는지를
말해주는 흔적이 될 수도 있단다.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이별도 희미해질 거야.
하지만 그 사랑 속에서 네가 배운 감정은
평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다시는 그 사람을 만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통해 알게 된 ‘네 마음’은
어딘가에서 꼭 너를 다시 따뜻하게 해 줄 거야.
규담아,
언젠가 이 편지를 다시 읽게 되는 날,
그때 너의 옆에는
네 마음을 온전히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함께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있다면
지금의 아빠처럼
그 사람을 오래도록, 부끄럽지 않게 사랑하길 바라.
너의 사랑도, 너의 이별도,
모두 다 너의 삶을 조금 더 깊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거야.
괜찮아.
사랑해 봐서 후회한 사람은 있어도,
사랑하지 않아서 후회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규담이, 너의 사랑을 응원해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