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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문학가 강인석 Dec 30. 2020

틀리지 않은 글쓰기가 좋은 글쓰기는 아니다


글쓰기 관련해서 몇 자 적어본다. 

홍보글쓰기를 하는 담당자들이 유념해서 보면 좋을 내용이라 판단된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지지만, 이런 실수들이 자주 눈에 보이기에 언급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결론을 먼저 던지면, 

"틀리지 않은 글쓰기라고 해서 다 좋은 글쓰기는 아니다"이다. 


스치듯 만난 문구 하나, 

"큰 날개 속 조그만 날개"

이걸로 이야기를 해 보자. 


문법적으로 틀린 것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니 지적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나의 까칠한 성격에는 이 표현이 불편하다. 

그래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 불편함은 어디에서 올까?

'큰 날개와 조그만 날개'는 대비로 구성된 문구이다.
이 대비의 핵심은 '크다'와 '조그맣다'라는 낱말이다.

일반적으로 '큰'과 대비시킬 수 있는 낱말은 '작은'이다.

그래야 선명한 의미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그만'이라는 낱말을 쓴 의도는 알겠지만, '큰'과 '조그만'의 대비는 분명 조금 어색하다.
그래서 불편하다.

'조그만'을 '작은'으로 고치면 이렇게 된다.
"큰 날개 속 작은 날개"
불편함이 조금 줄어든다. 

그런데  불편함은 사라지지만 건조함이 생겨난다. 

 '큰'과 '작은'이라는 단어는 '조그만'이라는 어휘보다 건조하게 느껴진다. 

덜 감성적인 느낌이 들고, 의도하는 표현의 맛도 사라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큰'을 바꿔보면 어떨까?
'조그만'과 대비를 이룰 수 있는 낱말 중 '크다'는 의미를 담은 것을 찾을 수 없을까?
'커다란' '크나큰' '큼직한' 등이 떠오른다. 
그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커다란'이다.

"커다란 날개 속 조그만 날개"
이 표현은 좀 더 괜찮게 느껴진다.  


어떤 의도로 해당 문구를 작성했는지, 어떤 과정으로 결정된 문구인지 알지 못하지만 

단어 하나를 고를 때, 특히 대비되는 표현을 쓸 때는 대비되는 두 낱말의 느낌마저도 같아야 어색하지 않게 된다.

담고 있는 기본 뜻은 같다 하더라도, 그 속에 품고 있는 뉘앙스까지 가장 가깝게 맞춰주는 것이

더 좋은 글, 더 좋은 표현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틀리지 않지만, 좋지도 않은 글쓰기, 홍보담당자들이 경계해야 할 홍보글쓰기 요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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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PR 실무노트 

ⓒ강인석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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