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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

내겐 눈으로 맘으로 하고 싶은 말 

연애 사업(진짜로 사업)을 하는 친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왜 둘은 사랑한다는 말을 아껴?(하면 닳냐?) 왜 안해?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건 정말이지, 정말(!) 정말정말정말 많이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 같을 때, 그 때 선물처럼 말을 건네고 싶었다. 고작 3달 차 연애의 모양은 2년차 5년차 10년차 연인들과의 그것과는 다르기도 하고, 그와 내가 첫 '사랑해'를 트는(?) 감정과 순간을 더 강렬하게 각인하고 싶기도 했다.  내 친구들, 그리고 그의 연인들이 다 함께 모여 잔뜩 술을 마신 지난 주말(무뚝뚝한 내 연인이 처음 보는 이들과 이렇게도 잘 노는 사람이라니 또 한번 놀람) 집에 돌아와 취한다 기분좋다 꽥꽥거리며 그의 팔베게에 누워 있었다. 무슨 장난을 쳐볼까 잔망스럽게 쳐다보던 내게 그는 말했다. < 00아, 좋.. 아니다 이 감정은 그게 아닌 것 같다. 널 많이 사랑하고 있어>


누군가에겐 조금 좋아하는 감정도 사랑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하루라도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간절한 감정이 사랑일 수 있다. 혹자는 그것의 증거가 연락이거나 소소한 선물, 혹은 '사랑해'라는 문장을 발설함으로써 느낄 수 있다. 사랑을 느끼는 역치와 연애의 모양, 각자의 모양은 너무나도 상이하다. 

연애  사업을 하는 친구에게 말했다. 그 단어가 없다 해도 충분히 서로 사랑하는 눈빛을 이해할 수 있는데 그 단어가 꼭 필요하겠냐고. 물론 어떤 상황에서는 '사랑해'가 사이에 놓이면 더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동이 깊은 시나 노래를 보면 충분히 주어진 콘텍스트 안에 꼭 두어진 여백이 있어 그 빈 곳을 내 마음껏 상상하고 그려볼 수 있는 것처럼, 나는 늦봄 만개한 꽃같은 감정이 마음 속을 꽉 차게 흐드러지는 우리의 맥락 속에서 그 행복에 목이 메이지 않도록 작은 연못이라도 만들어 볼까 하는 마음일 듯 하다. 그 연못 속엔 김동률이 부른 <사랑한다는 말>과 같이 어떻게 사랑한다고 말할지를 고민하는 마음도 들어있다. 얄궂은 연애가 드러난 사랑으로 꽉 차서 펑 터져버리지 않게 조심 조심, 아슬아슬하게 다루고 싶은 그 마음. 

언제나 이렇게 너에게 귀 기울이면 말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말. 가사 보소... 


첫 고백 이후에도 그는 사랑해 상습범은 아니고, 무늬만 서울여자(경상 스웩)인 나도 인물은 못 된다. 

난 그가 이후에도 사랑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 눈빛과, 운전할 때 항상 꼭 잡아두는 손과,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네가 아무 말 없이 똘이의 변을 치워준다거나, 


이것만으로도 다 설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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