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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에 대하여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 안그래도 짧은 휴가를 대충 보낼수는 없잖아요

지금의 회사는 한 달에 한권씩 필독도서로 무료로 한 권의 책을 준다. 요달의 도서는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이었는데 핵심은 이거다. 지금의 습관이 큰 목표를 향한 무언가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 습관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상기할 것. 쉽게 생각하면 ways of seeing을 살짝만 틀어보는 일이다. 예로 10kg 다이어트(수단, 목표)를 위해 엽떡을 포기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름다운 몸매로 다듬어 좋아하는 이성을 꼬시기(?) 위해(목적) 엽떡을 포기한다와 같은 목표와 수단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 중심으로의 발상 전환이다. 말이 쉽지 온갖 노이즈와 코르티솔에 시달리는 나같은 직장인들이 시시때때로 이런 가치중심의 생각 습관을 가질 수 있는지는 사실 의문이기는 하지만...


격무에 시달리던 4월을 지나 휴가가 시작되고서야 휴가 계획에 대해 생각했다. 뜻하지 않은 징검다리 6일의 휴가에 나는 할 일이 딱히 없다. 동료들이 원기옥을 풀듯 계획했다는 여행도(도대체 제주도 안 가는 사람 누구야) 코로나 확산 방지라는 거국적인 이유 등 여러모로 땡기지도 않고, 원데이클래스 등등 여러가지 액티비티도 딱히 끌리지 않는다. 오늘에서야 앞에 말한 책의 내용과 엮어 생각했다. 선물같은 6일의 휴가가 지금 내 루틴과 맥락에서 어떤 목적과 역할을 해야 하는가.


‘휴가때 뭐해?' 물으면 대부분 어디 간다, 뭐 한다 등의 행위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물음표는 휴가 기간동안의 행위가 <무엇을 위함>이냐는 질문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여행과 액티비티는 휴가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내가 그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 그리고 그 목적이 어느정도 달성됐는가가 이 휴가가 끝난 이후에 조금이라도 후유증을 덜하게 해줄 수 있다. 가령, 내가 같은 루틴이 반복되는 일상 자체에 회의를 느끼고 장소가 바뀜으로서 주는 리프레시가 필요하다고 하면 > 본인의 루틴에서의 해방 : ex)알지 못하는 여행지로의 휴가가 도움이 되고 / 격하게 시달리던 스트레스에서의 해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 > 본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무엇들을 모두 제어할 수 있는 환경 하에서 고요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휴가의 수단은 여행이 될 수도, 솔로 호캉스도, 집콕 드라마 정주행 등 다양할 것. 이런 목적에 충실한 휴가를 보낸 이후의 시간은 더욱 그 의미를 갖는다. 결국엔 자기를 잘 아는 사람이 휴가도 더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 직장인에게 휴가란 회복의 의미가 짙다. 제로 혹은 플러스 베이스에서 휴가를 통해 더하기를 하는 이들도 종종 있지만(극소수주의. 모래속진주) 나와 주변의 많은 직장인에게는 마이너스 상태를 제로로 되돌리는 다소 눈물겨운 의미로 휴가를 해석하는 이들이 다수. 이리 곱고 귀한 휴가에 대하여, 유럽처럼 한두달의 바캉스가 주어지지 않는 우리네 삶에서는 더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여행이나 호캉스 등 하나의 활동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것이 뭘까, 라는 근본적인 고민 말이다. 재충전을 통해 더 일을 잘하기 위해서보다는(말도안되는소리), 사회 속 가면을 내려두고 순수한 나로 살아가는 편안한 즐거움을 순도 100%로 느끼고 받아들이기 위해.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서 혹사당하는 나를 나만의 방식으로 오롯이 사랑하기 위해서, 그럼으로써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유연한 나를 만들기 위해서.




6일 연휴 나의 목적은 뭉친 생각들을 풀어내는 시간이다. 뇟 속 근육이 엉키는 듯 복잡한 1분기를 마치고 원래 계획했던 GA와 영어 공부 계획은 이미 강 저 멀리로 떠내려갔고(...) 밥벌이의 어려움과 삶의 밸런스에 대해 생각했던 다양한 실타래들을 브런치건 일기장이건 고이, 고이 정리하는 게 휴가 후 조금 더 가벼운 나를 만들기 위해 이번 연휴간 풀어야 할 일들이다. 모두가 모두의 방식으로 풍요로운 연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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