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는 푸른 모래길을 따라 걸어 붉은 달이 누운 땅에 도착했다. 그녀가 사는 마을에서는 붉은 달을 통해 자구도래지가 있는 달섬으로 갈 수 있다. 하늘달이 둥그러지고 바다와 하늘이 가까워지는 때에 누운 달의 문이 열린다. 누운 달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조각배 나무를 꼭 기억해야 한다. 열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열매를 하나만 수확해 누운 달에 띄우면 안전하게 달섬으로 갈 수 있다.
윤이는 숨을 고르고 천천히 일렁이는 달무리를 지나 열매를 달에 띄웠다. 열매가 서서히 조각배로 바뀌면 배에 몸을 싣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바다가 펼쳐졌다.
저 멀리 노을이 내려앉은 수평선에는 각자의 빛을 내며 하늘을 밝히는 배들이 떠 있었다. 섬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는 풍경이었다. 윤이는 한동안 배에 몸을 뉘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과 바다 사이에 막 도착한 이들의 불빛이 반짝이며 내려앉고 있었다.
그 사이 배가 뭍에 닿았다. 배에서 내린 윤이는 마을 어귀의 이정표를 바라보다가, 바로 곁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몸을 터는 소리에 깜짝 놀라 옆을 바라보았다. ‘도’였다. 언제부터 곁에 있었던 걸까?
‘도’는 윤이의 마을 친구로 윤이와 달리 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는 자주 윤이의 일터에 찾아와 가장 편안한 곳을 찾아 그저 누워 있다가 가곤 했다. 매사에 거침이 없는 도는 늘 자유로웠다.
“어쩌다 여기까지... 아니,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황당해하는 윤이의 말에 도는 빙긋 웃었다.
“나는 왜가리 선생님을 만나러 왔거든. 저쪽 숲으로 가야 해. 그럼 안녕.”
손을 흔들며 윤이는 발걸음을 옮겼다. 왜가리 선생님은 섬의 자구도래지에 위치한 푸른 달 숲에서 살고 있다. 달섬에 처음 방문한 윤이는 숲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길을 따라 드문드문 놓인 이정표를 의지하며 왜가리 선생님을 찾아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