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향하는 길에 가장 먼저 푸른 사막을 만났다. 책에서 자주 보았기 때문에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푸른 사막의 비는 하늘에서 밀려 내려왔다가 쓸려 올라가며 대지를 쓰다듬는다. 하늘의 파도라 부르기도 한다. 사막의 비는 내리지 않고 대지를 살짝 스치며 흐른다. 대부분의 땅은 사막이지만 일정 구역에서는 언제나 비가 땅에 닿아 일렁인다. 그곳에서 파도의 그림자가 자란다. 그림자 열매에는 파도가 지나갈 때 적절한 비율로 섞인 양분을 가득 담고 있다. 사막은 지친 이들이 찾아올 때에만 열매 채집을 허락한다.
파도가 닿는 구역에는 채집한 열매를 들고 들어갈 수 없다. 열매가 떨어져 그림자의 양분에 부딛히는 순간 순식간에 그림자가 폭발하듯 자라나 사막을 뒤덮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달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막 가까이에서 유영하며 금기를 어기고 열매를 가지고 파도 가까이 가는 이가 있는지 살핀다. 열매들은 꽤 수다스러워 그들의 속삭임이 생명력을 뿜어내 달이 은빛으로 반짝이게 한다. 달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떠다니는 것을 즐긴다.
윤이는 생각보다 쉽게 그림자 열매를 채집했다.
‘아직도 내 상태가 생각보다 안 좋은가...’
열매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어 즐거웠지만 약간의 불안과 두근거림이 스쳐갔다. 열매 채집이 가능하다는 것은 지쳐있다는 증거였다. 윤이는 가방에 열매를 세 개를 넣으며 한숨을 쉬었다.
“왜 저렇게 숨을 쉬지?”
“몰라, 걱정이 많은가 봐.”
“그러니 우리를 데려갈 수 있는 거야.”
윤이의 가방에 담긴 열매들이 오밀조밀 수다를 떨었다. 윤이는 피식 웃었다.
“뭐야, 또 웃네?”
“그러게, 저 애는 대체 뭐지?”
“조잘조잘, 재잘재잘.”
이 수다도 푸른 사막을 벗어나면 들을 수 없는 소리다. 귀하다는 생각에 윤이는 열매들의 수다를 음악 삼아 들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나무 아래 놓인 이정표를 보니 곧 검은 바위 구역이었다. 발 아래서 스멀스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고개를 들자 한 치 앞에 검은 바위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