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도래지.
노을과 맞닿은 곳이다. 요즘 들어 부쩍 많은 이들이 찾는 덕에 도래지의 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듯하다. 그로 인해 노을의 형태도 더 다채롭고 방대해졌다. 장관이다.
윤이는 처음으로 자구도래지를 방문했다. 집 앞을 산책하는 데에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그에게 도래지로의 여행은 꽤 큰 결심이었을 것이다.
사흘 전.
여름의 시작과 함께 과하게 잠을 자기 시작했던 윤이가 자구도래지를 떠올린 건 사흘 전이었다. 그는 침대에서 뒤척이다 일어나 한동안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침실 밖으로 나왔는데, 어쩐지 계절이 바뀐 것 같았다. 가을이 오고 있었다. 올해도 여름과는 제대로 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축축 처지고 흐느적거리는 여름의 시간들이 훌쩍 지나가버린 듯했다. 한여름은 아무래도 윤이에게 맞지 않는 계절이었다.
방을 나서는데 방바닥에 닿은 발의 촉감이 바삭했다. 습도가 낮아진 느낌에 몸이 개운하다.
‘드디어 여름이 지나가고 있구나.’
창가에 가까이 서니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거실에서는 염이 집안일을 마치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나, 다녀와야 할 곳이 있어.”
비장하게 선언하는 윤이를 염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미소 지어 보였다.
“그래.”
오랜만에 방문을 열었다. 한참 동안 고여 있던 방 안의 공기가 일렁이며 움직였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윤이는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했다. 염은 그녀가 흘린 것들을 다시 가방에 넣어주었다. 평소 보부상처럼 지나치게 많은 것을 들고 다니던 윤이가 이번에는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챙기고 있었다.
염은 문에 달린 흐릿한 빛병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돌아오는 길에 이 병에 담아와 줄래?”
윤이는 빛병을 받아 가방에 넣고 두 손으로 가방을 꼭 쥐며 외쳤다.
“응! 다녀올게!!”
그 모습이 마치 처음 모험을 떠나는 아이 같아 염은 깔깔 웃었다.
“그래, 다녀와.”
염은 두 손을 흔들며 윤이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동동이는 창밖으로 멀어져가는 윤이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더니 염을 향해 말했다.
“괜찮을까?”
“글쎄.”
염은 창가에 있는 누누를 쓰다듬었다. 거실에서는 로로와 름름이가 간식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